유엔 인권수장 "가자 잔혹범죄 위험증가"

2023-12-07 10:33:15 게재

"국제사회 긴급대응 나서야" … 이스라엘군 "칸유니스서 중심부 진입"

유엔 사무총장이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 시스템이 붕괴 위험에 처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인도주의적 휴전 선언에 나설 것을 촉구한 가운데,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이스라엘의 가자 남부 지상전 확대로 잔혹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국제사회가 긴급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1월 6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자 분쟁에 대한 회의에 앞서 유엔에서 연설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6일(현지시간) 1989년 이후 34년만에 유엔헌장 99조를 발동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6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와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을 '종말론적'이라고 묘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가 거론한 잔혹범죄는 무차별적인 공습이나 군사 작전으로 대규모 민간인 사망이 발생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 상황을 알고도 이를 방치하거나 위험 지역으로 내몰아 수많은 민간인이 질병 등에 노출돼 숨지는 일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그는 "가자지구 주민 220만명 가운데 190만명이 피란민이 됐고 비위생적이고 건강에 해로운 환경 속에 머물고 있다"며 "가자지구 남부에서도 피란민이 머물 수 있는 지역은 점점 줄어들고 극도로 과밀한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이 만연하고 기아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은 (교전 재개 속에) 사실상 중단됐다"며 "잔혹범죄를 막으려면 교전 당사자와 모든 국가, 특히 영향력 있는 국가들이 모두 함께 긴급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고위 인사들의 호전적 언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고위 인사들의 비인간적이고 선동적인 발언은 잠재적으로 잔학 행위를 선동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서 "역사는 이런 언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가자지구 남부 지상 작전에 나선 이스라엘은 이날 최대도시 칸 유니스 중심부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특수부대인 98사단이 가자지구 남부의 지상 작전을 주도하고 있다"며 "칸 유니스를 포위하고 처음으로 내부에서 작전을 시작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98사단은 하마스 테러 조직의 핵심을 겨냥해 합동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칸 유니스 전투를 주도하는 98사단은 정규군과 예비군, 특공대와 정예 포병 연대 등으로 구성됐다고 이스라엘군은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98사단의 칸 유니스 진입으로 가자지구에는 총 4개 사단이 투입됐다"며 "162사단, 36사단, 252사단 등은 몇 주 전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됐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브리핑에서 "최근 48시간 동안 우리는 가자 북부 세자이야, 자발리야는 물론 남부 칸 유니스에서도 하마스의 방어선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테러범들은 지하 터널에서 나와 우리 군에 맞섰지만, 우리가 근접전에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하가리 소장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자택을 포위했다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신와르의 집은 칸 유니스 전체다. 신와르는 지상에 있지 않고 지하에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일은 그를 잡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20만명이 넘는 칸 유니스에는 전쟁 발발 후 가자 북부에서 온 수십만명의 피란민들까지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사회는 민간인이 밀집한 칸 유니스에서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엄청난 인명 피해를 우려한다. 그러나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하고 있다고 믿는 이스라엘군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고 지상군 투입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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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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