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은 '출장중' … 후임 촉각

2023-12-07 11:24:26 게재

여당 정책의총서 '이민청' 신설 열변

잇단 정치행보에 총선출마 기정사실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정치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장관의 총선 출마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법무부 내에선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후임 장관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인다.

한 장관은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 의원총회 연단에 올랐다. 법무부 주도로 추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방안'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민청은 한 장관이 지난해 5월 취임 직후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대표적인 '한동훈표' 정책이다.

한 장관은 의총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인구 재앙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이민청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총장 스크린에 미리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운 채 20분 넘게 열변을 토하며 발표를 진행했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 의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 정책을 정부와 여당이 함께 논의하는 통상적인 직무 수행"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선 정치 입문을 앞두고 이뤄진 여당 의원들과의 '상견례', '신고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장관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선거를 이끌어갈 선거대책위원장으로까지 거론된다.

정치적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한 장관의 대외 행보는 최근 들어 부쩍 잦아졌다.

한 장관은 지난달 17일 대구를 찾아 스마일센터와 달성산업단지를 방문했다. 법무정책 현장 방문이 목적이었지만 그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왔다"며 "대구 시민들이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 했다. 장관보다는 정치인에게 어울리는 발언이었다.

한 장관은 일정을 마친 뒤 대구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이어지자 열차 시간을 미루면서까지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또 지난달 21일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평가 시스템인 대전 한국어능력평가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니냐"며 "나는 나머지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했다. 사실상 총선 출사표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사흘 뒤인 24일에는 울산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해 "인종·여성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민주주의 공론의 장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세계적인 룰"이라며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렇게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 같다"고 했다.

'암컷' 표현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야당을 상대로 한 공격수로 나선 모습이었다.

이처럼 한 장관이 정치색 짙은 행보를 계속하면서 법무부 내에선 한 장관의 출마를 시간문제로 보는 분위기다. 후임 장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 장관 후임으로 길태기·박성재 전 서울고검장과 이노공 법무부 차관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직원들 내에선 박 전 고검장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법무부 직원은 "다들 한 장관이 곧 정치권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 정권 초반이고 정책기조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장관 교체에 따른 어수선함은 없다"고 말했다.

구본홍 김선일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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