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상가 소상공인 특별법 논의 확산

2023-12-08 10:38:14 게재

국회 예외적용, 양·수도 가능케 논의

"공유재산 원칙 위배, 형평성 어긋나"

지하도상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8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회에선 현재 공유재산법으로 관리되고 있는 지하도상가에 특별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고가 입찰을 원칙으로 하는 공유재산법 적용을 받다보니 상인들은 임대료가 폭등해도 속수무책이다.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어 리모델링 등 시설투자를 하기 힘들고 이는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지하도상가가 불황과 임대료 상승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근 종각역 지하상가. 주말 저녁인데도 많은 상점이 문을 닫고 있다. 사진 이동주 의원실 제공


최근 논의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지하도상가에 공유재산법이 아닌 전통시장특별법을 적용하자는 게 핵심이다. 지상의 상가들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듯이 사용료와 임대료 인상의 상한을 정하고 일시납으로 돼있는 현재 임대료 납부방식도 월납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또 지자체로부터 사용 위탁을 받은 업체가 계약 전권을 행사하는 현행 구조를 바꿔 상가 상인 2/3 이상 동의를 받는 경우 사용계약 또는 임대계약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상가의 양·수도를 가능케 하자는 내용도 들어있다. 질병·고령 등 예외적 사유 발생 시 기존 계약의 남은 기간에 대해 계약조건 범위 내에서 양도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중기부 입장은 다르다. 공유재산 관리권한이 상인조직에 종속되고 다른 상인들의 지하도상가 진입 기회를 박탈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용권 양도는 공유재산법 운영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지하도상가를 운영하는 지자체들도 반대 입장이 강하다. 상인회에 공유재산 계약 우선권을 부여하는 건 신규 진입 희망자들의 기회를 제한하는 특혜 시비가 일 수 있고 이는 공유재산 사유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온라인 쇼핑 공세에 밀린 지하도상가 소상공인을 위해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동주(민주당·비례) 의원에 따르면 공유재산법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무조건적인 공유재산법 적용보다 특별법 특례를 적용하는 것에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공유재산법이라는 일반법 외에 도로법 하천법 폐교법처럼 특수한 재산을 규정하는 법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하도상가 활성화를 위해선 시설투자가 불가피하고 이는 권리금을 인정받을 때 보다 활발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유재산으로 규정될 경우엔 권리금을 받을 수 없지만 상가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하면 권리금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전통시장특별법을 적용하면 지원 폭을 더 넓힐 수 있다. 현행 전통시장특별법에는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 및 임대료에 대한 특례 규정이 존재한다. 해당법 17조 2항에는 지자체장이 공유재산법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소유 토지와 시설물의 사용 및 수익허가기간 또는 임대 기간을 10년 이내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1항에 따라 임대를 받은 상인이 사용조건 혹은 임대조건에 합의하는 경우 5년 단위로 사용계약을 갱신할 수 있으며 이를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소유한 강남고속터미널 지하도상가는 임대료 폭등 사태를 겪었다. 기존 법에 따라 상가 재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인해 계약금액이 크게 올랐고 이는 고스란히 상인들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상인들은 서울시에 강력 항의했지만 현행법을 넘어설 수 없었고 결국 인상된 임대료로 재개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의원은 "특별법으로 지하도상가 상인들을 보호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여야간 이견이 없고 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중기부도 한발 물러선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보호 의무가 있는 중기부가 나서 행안부를 설득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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