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분리배출 18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23-12-11 10:46:51 게재
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분리배출하는 품목 수는 무려 18가지다. 투명페트병 별도 수거를 위해 전용 마대를 운영하는 건 기본이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순환경제를 위한 주민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이 글이 18개나 되는 분리배출을 감내하는 주민들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서 말을 하고 싶은 점은 정책의 책임성이다.

순환경제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순환경제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다. 번거로워도 분리배출에 솔선수범하고 다회용기 등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이러한 국민들의 정성을 정부가 당연시 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재활용 체계 구축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분리배출'이라는 방법을 꺼내곤 했다. 처음에는 몇가지 품목에만 적용되니 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리배출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고생스럽게 분리배출을 해도 수거 단계에서 섞여 다시 선별을 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정책은 국민 누구나 지킬 수 있도록 단순하면서도 효과가 높아야 한다. 재활용이 어려우니 분리해서 배출해달라고 요구하는 걸로 끝이 나는 게 정책이라면 어느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수긍할 수 있을까. 윤석열정부에서는 '행동변화 유도형(넛지형) 정책'을 강조한다. 당연히 행동변화 유도형 정책이 국민에게 모든 걸 떠넘기라는 얘기는 아니다. 국민들이 덜 수고롭게, 그러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고 심도 있게 고민을 해야 한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지난 11월 23일 안성시 생활자원회수센터를 방문해 '순환경제의 첫 단추는 폐자원 선별'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윤석열정부 국정과제가 '국민 불편을 줄이는 재활용 회수·선별 고도화'라며 2026년까지 전체 공공선별장의 60%를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각종 단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선별 과정을 고도화한다면 굳이 분리배출 품목을 늘려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게다가 공공선별장 현대화 등 얘기가 처음도 아니다. 현대화를 한다며 예산을 투입하고는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 안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발 이번에는 성과를 거두길 간절히 바란다. 우리에겐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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