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이민경제, 축복인가 재앙인가

2023-12-13 10:56:09 게재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변호사·MBA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3년 국제이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해 동안 38개 회원국에 유입된 신규 영주권자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난민을 제외하고도 610만명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6%가량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하더라도 14% 이상 늘어난 수치다.

OECD 회원국 상당수가 머지않아 해당 국가에서 새로 태어나는 사람 숫자보다 해외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이민자들의 대규모 유입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낯선 일이 아니다. 이민자들이 선진국에 이주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민경제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한 것이다.

이민자가 선진국 경제 한축 담당하는 '이민경제 시대' 도래

이민자들이 선진국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가난과 불확실한 미래다. 유럽연합(EU)의 평균임금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평균임금의 12배가 넘는다거나, OECD 국가 전체의 이주민 중 70% 이상이 직장에 다닐 정도로 이민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높다는 것은 이민을 하게 되는 충분한 동기가 된다. 선진국들 또한 이민자를 받아들여 동력을 잃어 정체된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발표한 '경제성장 전망 보고서'에 '해외 이주가 이주민을 받아들인 국가의 경제성장 및 생산성을 중단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게재한 바 있다. 총고용 대비 이민자 유입이 1% 증가하면 5년 차까지 생산량도 1%가량 늘어나는데 이는 내국인과 이민 노동자가 노동 시장에 다양한 기술을 제공해 서로 보완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과 미중 전략경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무너진 이후부터 이민자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제품 생산 공정이 한 국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부족한 노동력은 이민자들로부터 수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2023년 노스플로리다대학 매들린 자보드니 경제학 교수는 이민자 비율이 높은 대도시는 풍부한 노동력 제공 덕분에 제조업 분야에서의 오프쇼어링(offshoring)도 늦출 수 있을 뿐더러, 장기적으로는 이민자들이 미국 태생의 이주자들보다 더 많은 사업을 시작하고 왕성한 소비를 하기에 지역 전체의 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에서의 사업은 1980년대 이후 역동성을 잃고 쇠퇴하고 있지만, 248개 미국 대도시 지역에서 생산가능인구 중 외국인 출생 비율이 1%만 높아져도 사업체수 증가율은 0.58%, 지역 내 고용 증가율은 0.7%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민경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이민경제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필요한 때

현재 미국인의 평균연령은 39세, 유럽인의 평균연령은 44세로 거스를 수 없는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만큼 이민자를 받아들여 경제를 지탱해야 한다는 것은 선진국들로서는 '정해진 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유럽은 향후 25년간 5000만명을 해외 이주를 통해 받아들여야만 현재의 경제 수준을 겨우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절박하다. 물론 출산율을 높여 생산가능인력을 늘리거나, 로봇이 모든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단기간 내에 효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지금은 이민경제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수없이 많은 이민 희망자 중 어떻게 옥석을 가려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배치할 것인가, 또한 최근 무분별한 난민 수용으로 사회통합에 실패해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전락한 스웨덴을 반면교사 삼아 사회갈등을 최소화할 것인가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인구위기로 인한 이민경제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