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훼손" "정치적 기획수사"

2023-12-14 11:10:00 게재

구속영장 심사 앞두고 검찰-송영길 '팽팽'

사안 중대성·증거인멸 우려, 구속 가를듯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대표의 신병확보에 나섰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혐의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범죄로 본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8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답변을 하던 송 전 대표가 유튜버들의 구호 및 소음이 커지자 답변을 멈추고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반면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를 '정치적 기획수사'라 비판하며 "구속영장을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까지 한 바 있어 그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전날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27~28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박용수 전 보좌관 등과 공모해 무소속 윤관석 의원에게 300만원씩 담긴 국회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총 6000만원)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위해 송 전 대표가 같은 해 4월 19일 경선캠프에서 기업인 김 모씨로부터 부외 선거자금 5000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송 전 대표가 2021년 3월 30일 경선캠프에서 무소속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부외 선거자금 1000만원을 받고 두 차례에 걸쳐 지역본부장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총 65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제공했다고 파악했다.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가운데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000만원은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관련 청탁과 함께 받은 돈으로 보고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송 전 대표가 먹사연 기부금과 부외 선거자금 등으로 받은 불법 정치자금 혐의액은 8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송 전 대표의 혐의는 당시 집권 여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선거인 매수를 자행한 것으로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범죄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반면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정치적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송 전 대표는 지난 8일 검찰 조사에 앞서 "검찰이 정치적 기획수사를 해오고 있다"며 "저에 대한 증거조작이 제대로 안 되니 제 주변 사람 100여명을 압수수색·소환해 별건수사에 올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3시간여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도 "전당대회는 당내 자율성이 보장된 당내 잔치"라며 "이를 가지고 특수부가 수사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에 앞서 이달초 북콘서트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도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정당 구상까지 밝힌 바 있는 송 전 대표가 도주할 우려는 크지 않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그의 구속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송 전 대표의 범죄 혐의와 함께 구체적인 증거인멸 정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지난 4월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하기 전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귀국 후에는 차명폰을 이용해 수사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먹사연 사무실 내 일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압수수색 전 교체된 정황을 확인하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한다. 이와 관련 박 전 보좌관은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지난 6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반 사무실의 컴퓨터 같은 것도 한번씩 정리하지 않느냐"며 "그런 것의 일환"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송 전 대표는 "지금까지 검사들이 자신들 비위로 수사 받을 때 진술 거부하고 핸드폰 없애고 컴퓨터 초기화했다"며 "그런 분들이 일반 국민에게는 이런 걸 하면 증거인멸이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송 전 대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는 친형인 송영천 변호사가 직접 출석해 동생의 변호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송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부산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현재 법무법인 세한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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