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보훈 내세워 보수에 손짓하는 오세훈

2023-12-14 11:06:11 게재

지자체 최초로 핵·EMP 주제, 안보포럼

청년부상제대군인 지원 전담센터 개설

중도 확장 '동행' 이어 전통 보수층 공략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도 확장 정책에 이어 보수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 '중도' 정책인 약자와 동행에 이어 안보·보훈 분야에 '진심' 행보를 보이면서 전통 보수층에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 12일 오세훈 시장이 북 EMP 위협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제2차 안보포럼에서 이진우 수방사령관과 함께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포럼은 서울시가 주최했다. 사진 서울시 제공


14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오 시장은 최근 서울시 주최로 2차례 열린 안보포럼에 각각 2시간 30분, 1시간 45분씩 참석했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는 서울시장이 한 행사에 이렇게 오래 앉아 있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두번 모두 수방사령관과 함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취임 뒤 안보·보훈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오 시장은 지난해 3월 청년부상제대군인 지원을 위한 상담센터를 만들었다.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청년들이 합당한 대우와 보상을 받고 신속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례도 제정했다.

보훈정책 확대에도 열심이다. 지난 6월 국가보훈부와 협약을 맺고 부상제대군인들이 공무원시험이나 공기업에 응시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다.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경우 5~10%의 취업 가산점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부상제대군인은 장애보상금 등 일시적인 지원금 외에 별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안보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 장면은 최근 실시한 2차례의 안보 포럼이다. 지자체에선 최초로 시도한 이번 포럼에서 1차는 핵과 서울시 방호 문제를 집중 점검했고 2차에선 전자기파 공격인 북의 EMP 도발이 있을 경우 서울의 도시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오 시장은 포럼에서 "서울은 휴전선에서 불과 38㎞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시민들 경각심을 일깨우는 한편 수도서울 방호 태세를 더욱 튼튼히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 안보 행보는 포럼에 그치지 않았다. 서울시는 1차 포럼 뒤 이름뿐이던 지하대피소들에 긴급 예산 10억원을 편성해 비상물품 비치를 시작했다. 시민들에겐 비상 상황 시 이용할 수 있는 지하대피소 위치를 안내하고 있고 여기에 추가로 비치할 아리수 30만병을 제작 중이다. 하지만 서울시 안팎에선 오 시장의 안보에 대한 관심은 갑작스런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 시장이 야인 시절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한 의견과 제안을 담아 쓴 책 '미래'에는 핵과 한반도 평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안보 관련 내용이 117쪽에 걸쳐 담겨 있다.

30여년간 군 복무를 한 뒤 서울시 비상기획관으로 근무 중인 김명오 예비역 대령은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서울시의 수도 방호 노력, 오 시장의 높은 안보 관련 관심에 군인 출신인 저도 경각심을 갖게 됐다"며 "서울시가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외부의 다양한 공격 시도에도 도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 시장이 그간은 약자와 동행을 필두로 중도확장에 힘을 쏟았다면 안보 관련 높은 관심을 보이는 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통 보수층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두 가치는 충돌하는 어젠다가 아닌 만큼 당분간 약자와 동행, 안보 강화는 오 시장 정책의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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