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색 당하고 조사 받고 … 변호사 '수난'

2023-12-15 11:25:09 게재

'백현동 수사무마' 의혹 검·경 출신 변호사 수사 받아

'SM시세조종' 가담 혐의 율촌 변호사 2명 검찰 송치

"과도한 수사, 변호인 조력 받을 권리 침해" 우려도

최근 변호사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잇따르면서 변호사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변호사에 대한 과도한 수사는 국민의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전날 고검장 출신인 임정혁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7일 임 변호사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 보름여 만이다.

검찰은 이에 앞선 13일 같은 혐의를 받는 총경 출신 곽정기 변호사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임 변호사와 곽 변호사는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수사를 받던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뒤 각각 검찰과 경찰 단계에서 수사무마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임 변호사는 1억원, 곽 변호사는 8억원대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받은 수임료 중에 수사무마 로비 명목 자금이 포함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임 변호사와 곽 변호사는 부동산업자 이 모씨가 백현동 비리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정 회장으로부터 1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두 변호사는 이씨의 소개로 정 회장의 변호를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두 변호사는 정당하게 변론활동을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수사무마 청탁 명목의 금품수수가 전혀 없었음을 단언한다"며 "정당한 변호 활동을 수사무마 청탁으로 오해한 수사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 주장이 있을 수 있다"며 "검찰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 양부남 변호사는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진의 도박공간개설 혐의 사건 변호를 맡았다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양 변호사는 수사무마를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양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두차례 반려됐지만 그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 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를 맡은 이 모 변호사는 위증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이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 재판에서 이 모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김 부원장의 '거짓 알리바이'를 증언하도록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원장의 증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위조된 옛 휴대전화 캘린더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한 혐의도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8월 이 변호사의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법원이 지난달 김 전 부원장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하며 위증 정황에 대해 인정한 만큼 이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지난달 15일 카카오의 SM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대표 등과 함께 율촌 변호사 2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율촌 변호사들은 카카오측에 SM인수방안 관련 법률자문을 하면서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금감원 특사경은 이에 앞서 지난 8월 카카오 관계자들과 율촌 변호사간 오간 이메일 및 의견서 등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처럼 법무법인과 변호사를 상대로 한 수사가 잦아지면서 변호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 체포나 구속이 될 경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변호사에 대한 과도한 수사는 이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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