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이름 떼야 기후동행카드 산다

2023-12-15 10:45:18 게재

이름 붙으니 곳곳서 견제

코레일·경기도·국토부도

일명 오세훈 카드로 불리는 수도권 대중교통 무제한 패스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진정한 수도권 교통혁신을 일구려면 '오세훈' 이름을 떼고 상생 길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가 만든 기후동행카드는 내년 1월 1일부터 완전한 시범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시스템을 자체 개발 중인데 예상보다 기간이 소요돼 불가피하게 2월 1일부터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동참한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 기간 지연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사업이 동시에 시작되지 않으면 코레일이 운영하는 용산역 노량진역 남영역 영등포역 등에선 카드를 쓸 수가 없다. 카드를 구입했더라도 이들 역에선 인식을 하지 못해 지하철 이용 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코레일 구간은 1호선 외에도 경의중앙선 경춘선 수인분당선이 있다. 카드 인식이 안돼 승하차에 어려움을 겪으면 '오세훈 카드'는 시작부터 원성을 살 수 있다.

이런 문제가 예상됨에도 시스템 통합, 공유 작업이 원활치 않은 건 양 기관 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혁신은 시민들에게 호평받을 일이지만 '오세훈 카드'의 서비스 지연에 대한 불만은 오세훈 서울시에 집중되고 코레일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자체 교통패스를 구상 중인 경기도와 논의도 원활치 않다. 김포시가 경기도를 패싱한 채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기름을 부었다. 가뜩이나 수도권 무제한 패스가 '오세훈 카드'로 불리는 데 불만이 있는 경기도 입장에선 소속 지자체들이 서울시와 직거래를 하는 상황이 곱게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경기도를 제치고 경기도 지자체들과 계속 따로 만날 수도 없다. 이미 서울 편입론 진행 과정에서 드러났듯 경기도 지자체들과 서울시의 별도 만남은 김동연 지사를 크게 자극했다.

국토부와 협조도 쉽지 않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K패스라는 교통카드를 구상 중이다. 월정액 방식인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와 달리 K패스는 일정액 이상 사용 시 환불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 역시 서울시 기후동행카드와 경쟁을 선언한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도권 대중교통 혁신은 서울시 혼자 힘으로 불가능한데 서울을 제외한 모든 협력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있는 셈"이다. 그나마 인천시와 맺은 업무협약이 서울시 입장에선 위안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서울시가 수도권 무제한 교통패스 정책에서 과감하게 '오세훈' 이름을 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상대 기관들에게 서울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줘선 안되는 상황에서 사업 이름마저 오세훈이 붙어 있는 건 협력을 요청하는 쪽의 태도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견제하는 기관들이 사업을 돕지 않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코레일이 통합 사업 참여를 늦추거나 국토부가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복합하게 얽혀 있는 수도권 대중교통 시스템을 감안할 때 시스템 지연, 기술적 어려움 등 핑계로 들 수 있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속 정당이 다른 경기도의 개별 행보는 더더욱 설득이 어렵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사업 이름이 아닌 수도권 대중교통의 진정한 혁신을 원한다면 서울시가 오세훈 카드라는 명칭과 명칭에 뒤따라오는 서울시 주도성을 최대한 내려놓아야 한다"면서 "오직 시민만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시스템 개선에 올인한다면 시민들 지지를 얻을 것이고 그 힘이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힌 기관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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