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불협화음 커진다

2023-12-15 11:08:06 게재

미 "저강도 공세로 전환해야" … 이스라엘 "하마스 제거까지 계속 싸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으로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하자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세를 자제해야 한다는 미국 주장에 이스라엘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파견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14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텔아비브 신화=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각각 만나 하마스와의 전쟁 상황을 논의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 뒤 이스라엘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고강도 군사작전을 좀 더 정밀하고 제한적인 단계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이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부르고 있을 정도로 비인도적이고 무차별적이라는 국제사회 여론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인종학살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여론이 극도로 나쁜 상황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 군사작전의 전환 시기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전략적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두고 양측 간 "넓은 범위의 의견 수렴"이 있었다고 말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설리번 보좌관이 가까운 미래에 "고강도 작전에서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가자 주민 수천명이 숨진 전쟁을 새로운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고강도 전쟁은 각종 살상무기를 동원해 적과 직접적인 교전을 벌이는 것을 일컬으며, 저강도 전쟁은 직접적인 군사적 타격 대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리적 수단 등을 활용해 싸우는 전쟁 양상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가장 바라지 않는 것은 하마스에 앞으로 수주, 수개월간 그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합의하더라도 이스라엘의 작전 전환 시한을 하마스가 예상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CNN 방송은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수주 안에, 가능하면 연내에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의 태도는 여전히 완강하다. 하마스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지금과 같은 고강도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설리번 보좌관에게 "하마스가 제거될 때까지, 절대적인 승리를 거둘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설리번 보좌관과 회담에서 "하마스가 10년 넘게 지하와 지상의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며 "하마스를 격퇴하기 위해서는 수개월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우리는 승리할 것이며 그들을 무찌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국내외 여론이 악화하자 최근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지만 아직 이스라엘의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13일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면서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에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보란 듯이 "국제사회가 우리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에도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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