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강해지는 엘니뇨 … 변덕스러운 한반도 날씨

2023-12-18 11:39:23 게재

초겨울 한반도 강수 증가경향

세계기상기구, 내년 1월 정점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탄소중립을 둘러싼 각 국가별 첨예한 이해관계가 계속됐다. 힘겹게 전지구 이행점검 결정문에 '화석연료'라는 문구를 넣었지만 지구촌 곳곳에선 지구온난화로 인한 각종 기상이변들이 더 자주 그리고 강도 높게 일어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초겨울에 접어든 스페인에 때아닌 더위가 찾아왔다. 스페인 남부 지역 곳곳 기온이 30℃ 가까이 치솟았다. 스페인의 절기상 겨울은 12월 중순부터 3월 중순이다. 통상 이 기간 남부 기온은 8~18℃다.

이처럼 평년과 다른 이상기상 현상은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11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최고기온, 일최저기온 최고 극값을 경신했다. 11월 2일 △서울 25.9℃ △대전 26.3℃ △대구 27.0℃ △경주시 29.4℃ △강릉시 29.1℃ 등 일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한반도 해수면 온도 역시 대부분 해상에서 평년보다 높았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11월 강수량은 63.4mm로 평년(30.7~55.1mm)보다 많았다. 강수일수도 8.3일로 평년(7.4일)보다 길었다. 반면 전지구 11월 강수량은 약 80.7㎜로 평년 대비 약 2.9㎜ 적었다. 기상청은 "11월 상순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동쪽에서 느리게 이동하면서 강한 햇볕과 함께 따뜻한 남서풍이 강하게 유입되어 기온이 크게 올랐다"며 "11월 중순부터는 시베리아 상공에서 기압능이 급격히 발달한 뒤 고위도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지속적으로 유입돼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11월 내 기온 변동이 컸다"고 설명했다.

단풍 위로 눈 내린 듯│절기상 대설을 이틀 앞둔 5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을 물들인 단풍잎이 하얗게 바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12월에도 이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강원 영동 지역(삼척평지, 강원 북부 산지)에 호우특보가 발표됐다. 강원 북부 산지의 경우 대설특보와 호우특보가 함께 발효되기도 했다. 이는 1999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엘니뇨와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엘니뇨가 더욱 강력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엘니뇨의 경우 올해 봄까지 이어진 3년간의 라니냐에 이어 시작돼 지난 여름까지 발달 속도는 역대 4위를 기록할 정도로 가팔랐다. 라니냐는 엘니뇨의 반대 현상으로 중동태평양의 해수면온도가 평상시보다 낮아진다. 반면 이 시기에 무역풍은 평소보다 강해진다.

물론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지역에 국한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대기와 해양의 원격상관을 통해 전지구 기상·기후에 영향을 준다. 원격상관이란 대기·해양의 흐름을 통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엘니뇨가 최대로 발달하는 초겨울(11, 12월)에 한반도의 강수는 증가하고 기온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11월 강수가 평년의 2배 이상인 100㎜ 이상 내렸던 해는 1982, 1997, 2015년으로 모두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했던 해이다. 이 시기에 쿠로시오 고기압이 발달해 한반도에 강한 남풍이 유입되면서 강수가 증가하고 기온이 상승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이번 엘니뇨가 11월~2024년 1월에 더욱 강해져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겨우내 지속될 확률은 90%다. 이러한 현상은 내년 4월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물론 엘니뇨가 나타났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무조건 평년보다 더워지는 건 아니다. 여름철 엘니뇨가 나타날 때 열대 중태평양이 평년보다 따뜻해지면서 열에너지를 북쪽으로 전달해 우리나라 부근에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구름이 많이 발생해 햇볕이 차단되면서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수 있다. 엘니뇨 외에도 기온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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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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