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공수처 더 무력화되나

2023-12-18 11:42:53 게재

"공수처는 괴물기관" 주장 인사가 유력후보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수사 '형해화' 우려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이 임박하면서 공수처 안팎에서 우려가 나온다. 친여 성향을 가진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까닭이다. 김 부위원장은 '공수처 무용론'까지 주장한 바 있어 그렇지 않아도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수처의 힘이 더욱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추천할 공수처장 후보 선정을 위해 오는 19일 회의를 연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후보추천위 회의는 이번이 4번째다. 후보추천위는 지난 11월 8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세 차례 회의를 개최했지만 대통령에게 추천할 2명을 추리지 못했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 심사 대상에 오른 인물은 판사 출신 4명, 검사 출신 3명, 판사와 검사 경력이 있는 1명 등 8명이다.

판사 출신은 김 부위원장 외에 서민석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 오동운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 한상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다. 검사 출신은 이 혁 법무법인 리앤리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이천세, 이태한 변호사다. 검사로 재직하다 판사로 전직한 경력을 가진 최창석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이 중 김 부위원장은 지난 6일 후보추천위 회의에서 가장 많은 찬성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다만 찬성표가 5표를 넘지 않아 최종 후보로 선정되지는 않았다. 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추천한 2명의 인사 등 7명으로 구성되는데 5명 이상이 찬성해야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

김 부위원장은 보수 성향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판사 시절 김 부위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하며 보수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변호사로 활동할 때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찰수사권 축소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지지모임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특히 자신의 저서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에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며 "괴물기관인 공수처까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공수처를 형사사법 절차에서 있어서는 안 될 조직으로 보는 인사가 차기 수장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셈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사를 희망하던 공수처 내에서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당장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 수사 등 현 정부와 관련된 공수처 수사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공수처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 권익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아니냐"며 "(김 부위원장이) 공수처장으로 가면 이 수사를 사실상 형해화시키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공수처를 태어나지 말아야할 조직으로 보는 인사가 공수처장을 맡는 게 말이 되느냐"며 "친여 인사가 공수처장을 맡으면 여권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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