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구속 … '돈봉투 의혹' 수사 탄력

2023-12-19 11:17:51 게재

법원 "금품수수 관여 소명 … 증거 인멸 염려"

야당 의원 줄줄이 수사 예고 … 총선 파장 일듯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구속됐다. 검찰이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한 지 8개월여 만이다. 검찰이 송 전 대표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돈봉투를 전달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법정 빠져나가는 송영길 전 대표│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밤늦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 물적 증거에 관하여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국회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 등 총 6650만원을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역본부장들에게 살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를 위해 송 전 대표가 사업가 김 모씨로부터 5000만원, 무소속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1000만원의 부외 선거자금을 받았다고 파악했다.

송 전 대표는 또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이 가운데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4000만원은 소각처리시설 관련 청탁의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먹사연 후원계좌로 들어온 금액은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보고된 사안"이라며 "검찰이 돈봉투가 입증 안되니까 별건으로 수사한 것"이라고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반박했다.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몰랐다"며 "정치적으로 책임질 일이지, 법적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영장 심사에서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할 때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건 관련자들과 접촉한 점, 먹사연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지난해 11월 교체된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정당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참고인 상황이 어떤지 알아본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와 함께 혐의가 소명된다고 인정한 만큼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송 전 대표를 상대로 최대 20일인 구속기간 동안 돈봉투 수수 의원을 밝혀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국회사무처와 송 전 대표의 일정을 관리한 보좌진을 압수수색하는 등 돈봉투 수수 의원을 특정하는 작업을 해왔다. 현재까지 수수 혐의가 있다고 특정된 의원은 무소속 이성만,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 등 3명뿐이다.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윤관석 의원이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전달과정에 대해선 진술하지 않아 검찰은 나머지 의원들을 규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송 전 대표가 구속됨에 따라 윤 의원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강도 높게 조사하고 기존에 확보한 물증과 교차검증을 거쳐 돈봉투 제공과정을 면밀히 재구성한 뒤 수수 의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질 경우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돈봉투 공여자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수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차분하게 전모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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