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수수 의혹' 김건희 여사 처벌될까

2023-12-20 11:14:06 게재

검찰 이어 공수처 고발, 권익위에도 신고 … 구체적 대가 불분명, 뇌물죄 성립 어려워

청탁금지법에는 배우자 처벌 규정 없어 … 한동훈 "몰카 공작", 공여자만 처벌될 수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수사기관 고발이 이어지면서 김 여사에 대한 처벌로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대통령의 배우자가 고가의 선물을 받은 행위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이지만 현행법상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형사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인 오동현 변호사는 전날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 청탁금지법 및 대통령경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참여연대, 윤 대통령-김건희 여사 청탁금지법 위반 권익위 신고│참여연대 이지현 사무처장(가운데)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에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오 변호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과 같이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컨텐츠에서 478만원 상당의 명품을 수수했지만 아직도 대통령실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윤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알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공모관계에 의한 뇌물수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인터넷 언론 '서울의 소리'는 지난달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디올 명품가방을 받는 영상을 공개했다. 서울의 소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해 6월에도 180만원 상당의 샤넬 향수 등 화장품을 최 목사로부터 받았다.

이처럼 김 여사가 고가의 선물을 받은 사실을 윤 대통령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안 소장과 오 대표의 주장이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김 여사가 통화하면서 '금융위원 임명' 등을 언급하는 것을 최 목사가 들었다며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참여연대는 부패행위 신고서에서 김 여사가 청탁금지법 제8조 4항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에서는 "공직자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적어도 해당 사실이 보도된 11월 27일에는 김 여사의 금품 수수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비서실은 물론 감사원, 수사기관 또는 권익위에 신고나 인도를 했는지 여부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청탁금지법과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에서는 '공직자등이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소속기관장에 지체 없이 서면으로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지체 없이 반환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앞서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 등은 지난 6일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을 형사 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뇌물죄의 경우 청탁의 대가라는 점이 명확해야 하지만 최 목사가 명품가방을 제공한 의도가 분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청탁금지법은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하면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배우자의 경우 금품 수수 금지 규정만 있을 뿐 처벌 조항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윤 대통령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벌칙을 받을 수 있지만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설령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인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아 당장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청탁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의 배우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중인 상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김 여사가 고가의 가방을 받은 행위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뇌물죄나 현행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운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작 금품을 받은 김 여사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이를 제공한 최 목사와 서울의 소리측만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탁금지법에는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지만 금품을 준 공여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내용을 보면 일단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느냐"며 "몰카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소리가 고발했던데, 우리 시스템에 맞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