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 항소이유서 제출 의무화

2023-12-21 11:34:38 게재

민사소송법 개정안 등 130건 본회의 통과

선거법 개정 … 딥페이크 선거운동 금지

내년 3월부터 민사소송에서도 항소이유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또 재심에서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이 줄면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개정안과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 개정안 등 130건의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민사소송에서 항소인이 항소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항소인의 신청이 있으면 1회에 한해 30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는 각하된다.

그동안 형사소송법에서는 항소법원으로부터 항소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는 반면 민사소송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항소 제기 후 기간이 경과해도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끝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변론기일을 열어 판결선고를 통해 사건을 종결할 수밖에 없어 항소심 심리가 지연되는 원인으로 꼽혀왔다.

민사소송 항소이유서 의무화는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취임 이후 재판 장기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거론돼왔다. 법원행정처는 민사소송 항소이유서 제출이 의무화됨에 따라 항소 재판 심리 기간이 2개월 가량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형사보상법 개정안에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재심 절차에서 원판결보다 가벼운 형으로 확정됨에 따라 원판결에 의한 형 집행이 재심 절차에서 선고된 형을 초과한 경우 국가에 대해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는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이 난 법률에 의해 처벌받은 사람이 재심을 통해 형량이 줄었는데도 무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형사보상을 받을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형사보상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위헌 결정으로 처벌근거가 사라져 청구한 재심에서 다른 법률을 적용받아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이 줄면 초과형량에 대해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사기관의 무차별 조회로 사찰 논란이 제기됐던 통신자료 제공과 관련해 당사자 통지 규정을 신설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 등 이용자의 인적사항 등을 요청해 받을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 제공사실을 알릴 의무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취득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 사실을 당사자에게 사후 통지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통신이용자정보를 제공받은 수사기관 등의 장은 30일 이내에 △조회의 주요 내용 및 사용 목적 △정보를 제공받은 자 △정보를 제공 받은 날짜 등을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개정안은 다만 국가 및 공공 안전보장이 위태롭거나 피해자에게 위협이 되는 경우 등에는 이를 유예할 수 있고,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는 두 차례에 한해 3개월 범위에서 통지를 미룰 수 있도록 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딥페이크'(AI기술 기반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처리됐다.

개정안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운동을 위해 딥페이크 영상 등을 제작 편집 유포 상영 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이상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선거일까지 90일이 넘게 남았더라도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올릴 때는 가상의 정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게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표시의무를 위반한 허위사실공표죄는 가중처벌된다.

국회는 이날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운집 인파 사고를 '사회 재난'에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다중운집 인파사고와 인공 우주물체의 추락·충돌을 사회재난의 원인 중 하나로 명시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각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신고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유족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10.29 이태원 참사피해자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운영 △필요시 특검 요청 △피해구제심의원회 설치 △국가와 지자체의 피해자 종합 지원 △추모사업과 재단 설립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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