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중국이 G2의 부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

2023-12-22 11:34:28 게재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

부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를 설명하려면 우선 돈과 자본, 자산의 개념에 대해 알아야 한다. 돈 또는 화폐는 통화 개념으로 유동성이 가장 뛰어나고 바로 교환할 수 있으며, 시장거래의 결과다. 따라서 화폐의 매체는 지폐가 될 수 있지만 쌀 조개껍질 등과 같은 물건일 수도 있다. 거래상대방이 인정하는 그 어떤 것도 화폐가 될 수 있다. 자본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돈처럼 유동성이 있지만 화폐보다는 덜 유동적이다. 자산이라는 것은 유동성이 있는 가치와 유동성이 없는 가치 모두를 지칭한다.

자산이 반드시 새로운 자산을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계약이론에 따르면 자산은 종종 물건이며, 돈은 물건이 팔린 후 가치의 매개체이며, 자본은 물건의 재산권 증명서이며 넓은 의미의 화폐다. 즉 구체적으로 물건에 해당하는 재산권을 말한다. 자산의 범위는 자본보다 크고 자본은 돈보다 크다. 자산은 꼭 돈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토지를 예로 들면 땅은 자산에 속하지만 그 자체로는 자본이나 돈은 아니다. 돈으로 전환하려면 땅을 판매, 거래해야 한다. 또는 팔지 않더라도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재산권 증명이 되어야 한다. 땅에 대한 재산권 증명서가 있으면 팔 수도 있고, 토지를 자본으로 은행에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는 토지의 소유권 증명서가 땅의 유동성을 높일 뿐더러 자본의 형태를 띠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전제임을 말한다. 이 사례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자본의 전제조건은 재산권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거래의 합법성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계약당사자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미래소득도 자본으로 만들 수 있다. 미래소득은 자산 개념에 속하지만 미래소득을 증권화시키는 금융수단이 없다면 자본이 되지 않는다. 미래소득을 재산권 인증의 형태로 증권화 상품으로 만들면 미래소득은 유동할 수 있는, 즉 판매할 수 있는 자본이 될 수 있다. 주식이 바로 기업이 미래에 만들어내는 기대수익을 오늘의 가치로 평가해 거래하는 것이며, 미래소득을 자본화한 금융상품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한 국가의 소유자산을 부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즉 자산과 현금, 자본과의 거리를 가깝게 할 수 있을까? 바로 시장, 계약 및 재산권 권리의 법적 보장제도 구축이다. 기본적으로 돈은 자산의 매각으로 발생하는 소득이며, 자본은 재산권 거래 계약, 금융상품, 증권계약 등 형식으로 자산을 자본화시켜 새롭게 창조해낸 소득이다. 그러므로 자본은 자산과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재산권 증명서 형태를 띤다.

이런 재산권 증명서를 통해 이미 존재하지만 가치창출이 안됐던 물건이나 미래 현금흐름을 오늘의 자본거래로 유동화시킬 수 있다. 금융상품 증권 화폐는 모두 실질가치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것이다. 자본화는 가치 매개체의 유동성을 증가시키지만 그 자체로는 인플레이션이나 경제위기를 유발하지 않는다.

시장화 개혁이 오늘의 중국 만들어

위에서 설명한 논리가 바로 중국의 G2 성장비결이고, 오늘날 돈이 많은 국가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된 비결이다. 시장화 개혁은 중국이 부국이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기존에 물건으로만 존재하던 자산을 자본화시켰던 것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름 아래 중국 곳곳에는 돈의 흐름이 넘쳐났다. 지방관료들의 이미지 공정사업에는 많은 돈이 투자되면서 자본화의 역할을 했으며, 중국 어느 곳이든 도시화 추진에 따라 투자와 건설이 끝없이 확장되었다. 이는 자동차 주택 관광 및 사치품 구매로 이어졌다.

비록 아직까지 중국의 시장경제 시스템과 법적 질서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동안 중국 공산당 정부의 행정시스템은 효율적으로 운영된 듯싶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정부의 시장화 개혁과 대외개방으로 자본화 확장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30년 개혁과 개방은 두단계로 나뉜다. 첫번째 단계는 1979~1990년대 중반에 이루어진다. 완전한 계획경제에서 시장화 개혁을 통해 시장거래를 허용하면서 화폐화 실현이 이뤄진 단계이며 이 시기의 모든 정책도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개혁을 진행한 것이다. 핵심은 국민들에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자유를 준 것으로 노동력의 시장화도 가능해졌다. 즉 인민들은 꼭 국가 배정에 따라 국유기업에서 일하지 않고 자기의 능력을 내세워 시장에서 높은 연봉을 주는 기업에 자율적으로 옮기면서 높은 수익창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북한은 아직도 노동력 시장이 없다.

두번째 단계는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로 자본화 실현이 가능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기업자산(유형자산 및 미래 현금흐름), 토지, 다양한 자원 및 근로자의 미래소득 모두 재산권 증명이 되어 증권화 또는 금융상품을 통해 유통할 수 있는 금융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시기다.

도시화 산업화가 중국사회 화폐화 촉진

그럼 어떻게 하면 부국이 될까? 답은 간단하다. 국가가 팔 수 있는 것이 많거나 자본화시킬 수 있는 것이 많으면 된다. 자본이 될 수 있는 자산이 많을수록, 창출할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이 많을수록 부자가 될 수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존재는 화폐화를 가능하게 한다. 화폐화란 돈을 받을 수 있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화폐화는 지역 간 무역과 인구이동을 촉진한다.

중국의 도시화와 산업화 추진은 바로 중국 사회의 '화폐화' 실현을 위한 촉매제이다. 자급자족 시대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산업 및 서비스 산업의 발전과 도시화로 인해 중국의 수익 창출기회가 증가했고 화폐화 수준이 높아졌다.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화폐 공급의 증가는 왜곡된 번영을 만들지 않으며, 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화폐공급의 증가 또한 부국이 된 이유다. 1978년부터 2018년 40년간 중국의 GDP는 150배 증가했지만 화폐는 1500배 늘었다. 이것이 중국사람들의 호주머니가 두툼해진 이유이다.

'자본화'는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시장개혁은 자산과 돈 사이의 거리를 줄어들게 했지만 자본화 개혁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 화폐의 양이 점점 증가하게 된 중요한 이유였다. 앞에서 언급했던 중국개혁의 두번째 단계는 중국의 네가지 유형의 자산, 즉 토지와 천연자원, 기업의 자산 및 미래수익, 개인과 가계의 미래 소득, 정부의 미래 재정수입 전부를 자본화로 전환되도록 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중국의 금융화 정도를 크게 높였고 증권 은행 보험과 같은 금융자본을 크게 성장시켰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이 4가지 유형의 자산을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산권이 명확하게 정의되고, 판매할 수 있고, 재산권 계약이 거래될 수 있어야 가능해진다. 개혁 이전의 사회주의 중국은 땅과 같은 자산은 많았지만 자본은 없었다. 그래서 가난했던 것이다.

주식시장 성장과 함께 세계적 부자 탄생

주식제 개혁은 중국의 자본화 과정이 시작되었음을 말한다. 1980년대 말 주식제 형태의 기업이 가능해졌다. 이는 자본화 개혁의 시발점이 됐다. 개혁은 국유 재산권을 개인 소유권으로 전환하고 재산권 권리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유기업은 꾸준히 민영화됐으며 민간경제가 크게 성장했다. 주식시장의 발전은 중국 경제의 자본화 능력을 높였고, 거래소 상장을 통해 기업은 주식 자체를 새로운 자본으로 유동화 시킬 수 있었으며 이러한 새로운 자본의 공급은 기업의 가치증가로 이어졌다. 중국은 주식시장의 성장과 함께 알리바바의 마윈과 같은 세계적인 부자들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