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정치권으로 … 법무부 수장 공백

2023-12-22 11:04:00 게재

후임 지명도 안됐는데 '무책임' 비판

"정치에 휘둘리는 조직 안돼" 지적도

이노공 권한대행 "법·시스템 따라 운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퇴임함에 따라 법무부는 수장 공백 상황을 맞게 됐다. 법이 정한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법무 행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지만 법무부 장관에서 여당 대표로 직행한 한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한 장관이 사퇴한 이후부터 이노공 차관 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추천하자 사의를 밝혔고, 윤 대통령이 곧바로 그의 면직안을 재가하자 이임식을 갖고 장관에서 물러났다.

한 장관은 퇴임사에서 "저는 잘하고 싶었다"며 "동료 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고,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일 중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저의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타협해서가 아니라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라고 했다.

한 장관이 후임자 지명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임하면서 법무부 수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한 장관의 정치권행이 예상되면서 후임으로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등이 거론되기는 했으나 인사검증과 청문회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최소 한 달 이상 공백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통상 대통령이 먼저 후임자를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 뒤 이임하는 것이 수순인데 한동훈 장관은 이런 절차들을 모두 무시하고 사임하겠다니 법무행정 공백은 하등 상관 없다는 말인가"라며 "무책임한 태도에 어처구니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한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민청 설립법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고, 고위험 성범죄자의 출소 후 주거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법안 등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한 장관은 "제가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되면 공공선을 위해 사심 없이 추진했던 정책들을 국회에서 더 잘 추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한 법무부 직원은 "법무부는 정치에 휘둘리는 조직이 되어선 안된다"며 "정치인 장관이 내려왔던 이전 정부도 문제가 많았지만 한 장관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가의 법률과 사법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중립성이 요구되는 법무부의 수장 자리가 정치권으로 가는 통로가 되다보면 자칫 법무 정책이 친권력, 인기영합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미국의 경우 대통령의 비서(Secretary)라 불리는 다른 장관과 달리 법무부 장관은 어토니 제너럴(Attorney General)로 불리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통령과 임기를 상당 부분 같이 한다. 미국 최초 여성 법무장관인 재닛 리노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8년간 임기를 함께 했고, 첫 흑인 법무장관인 에릭 홀더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5년간 함께 일했다.

법무부 장관에서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하는 데 대한 우려와 관련해 한 장관은 "10년새 대한민국에 초유의 일이 많이 있었다"며 "그때그때 직분을 벗어난 적은 없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저는 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고 지금도 그렇다"며 "다만 저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이 나라를 좀 더 좋게 만들고 싶고 국민들을 좀 더 잘 살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 행정은 법이 정한 시스템에 따라 돌아간다"며 "법무부 업무를 계속 해왔던 이노공 차관이 권한대행을 맡아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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