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검사들, 총선 앞으로

2023-12-26 11:20:38 게재

검찰 출신 인사 출마선언 잇따라

정치적 중립·독립성 훼손 우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전현직 검사들이 대거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전현직 검사들의 정치권행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하는 한동훈 전 법부무 장관은 총선 출마가 유력시된다. 지역구나 비례로 출마한 상황에서 여당의 선거를 이끌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주진우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윤석열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한 검사 출신 인사들의 총선 출마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전북 전주지역 출마설이 나온다.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 연구위원은 지난달 자신의 저서인 '꽃은 무죄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조 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해 총선 출마를 위한 행사로 해석됐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지난 20일 자신이 쓴 '진짜 검사' 저자와의 대화 행사를 가졌다. 신 연구위원은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이·신 연구위원은 재판과 감찰 등으로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본격적으로 선거에 뛰어들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공무원 신분으로 급여까지 받으며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하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검사출신 인사들도 상당 수에 달한다.

김진모 국민의힘 청주 서원구 당협위원장은 최근 "서원이 청주의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총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은 29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인천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지냈다.

대구지검장 출신인 노승권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도 이달 초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지난 6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정부의 국정 비전을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쳐 윤정부 성공의 키맨이 되겠다"며 대구 중·남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용호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사법연수원 22기 출신인 박 예비후보는 30여년간 검사로 일해왔다.

이밖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번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검사 출신 인사로는 윤갑근 전 충북도당 위원장(전 대구고검장), 심재돈 인천 동구 미추홀갑 당협위원장(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이정만 충남도당위원장(전 천안지청장), 최기식 의왕·과천당협위원장(전 대구지검 1차장 검사) 등이 있다.

25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광주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낸 박균택 법무법인 광산 대표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광주 광산갑에 출사표를 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를 맡아온 박 변호사는 출마를 선언하며 "저는 사사로운 공명심에 절은 윤석열과 한동훈을 위시한 특수부 검사들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며 "윤석열 검찰 정권의 폭주를 막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광주 서구을 출마를 공식화했다. 양 위원장은 광주지검장과 부산고검장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일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한 사회, 더 큰 광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밝혔다.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여년간 특수부 검사로 재직한 신현성 변호사는 민주당 소속 충남 보령·서천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처럼 전현직 검사들이 대거 총선에 출마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온다. 이들이 검찰에 재직하면서 수행한 수사와 기소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범죄수사 정보를 알고 있는 한 전 장관이 정치권 전면에 나서면서 정치의 사법 종속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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