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기후재난 '하와이 산불'

2023-12-27 16:53:48 게재

영국 크리스찬에이드 분석

온난화에 적게 기여한 국가, 기후위기에 더 치명적 노출

올해 하와이 산불이 1인당 피해 금액 측면에서 '최악의 기후재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비영리 자선단체인 '크리스찬에이드(Christian Aid)'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년 기후재난 피해 비용 집계(Counting the Cost 2023: A year of climate breakdown)'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올 한해 전세계에서 일어난 기후재난 20건에 대한 경제적 피해 규모 추산액을 해당 지역 인구수로 나눠 분석했다.

대형 산불로 폐허 된 하와이 거리의 주민들│8월 10일(현지시간)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주민들이 걷고 있다. 라하이나[미국 하와이주] AFP=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발생한 하와이 산불이 일으킨 경제적피해 규모는 1인당 4161달러다. 분석 대상 20건 중 가장 큰 '1인당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경제적 피해 규모는 재난 대응 기관 등에서 집계한 피해액 등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기후재난의 피해는 숫자로 표현된 1인당 피해 규모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와이 산불 역시 사망자 181명과 피해자 7695명을 냈지만 '4161달러'에는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와이 산불 다음으로는 △괌 태풍 '마와르'(5월 발생, 1455달러) △바누아투 사이클론 '주디'와 '케빈'(3월 발생, 947달러) △뉴질랜드 '가브리엘' 사이클론(2월, 468달러) 순으로 1인당 피해 규모가 컸다. 가뭄 중에는 4월 스페인에서 발생했던 가뭄이 1인당 피해액이 50달러에 달했다.

패트릭 와트(Patrick Watt) 크리스찬에이드 대표는 "기후위기가 극심해지면서 거주 지역에 따라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데 가난한 국가들이 더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다"며 "가난한 국가들은 기후재난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고 회복 자원도 적어 피해는 크고 복구는 더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11일, 아프리카 남부를 강타한 사이클론 프레디가 대표적인 예다. 말라위는 인도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사이클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곳으로 통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34일간 이어진 프레디로 인해 말라위에는 몇 주 새 1년 치 비가 내렸다. 국제 재난 데이터베이스(EM-DAT)에 따르면 말라위에선 6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재민은 전체 인구(2000만)의 10%가 넘는 2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누쉬라트 초두리(Nushrat Chowdhury) 크리스찬에이드 기후정의 정책고문은 "프레디는 기후 위기에 가장 적게 기여한 커뮤니티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부유한 국가들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한 손실 및 피해 기금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지원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28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고통을 겪는 개도국들에게 선진국들이 도움을 주기 위한 위한 취지로 제안됐다. 이는 2020년까지 선진국이 약속한 연간 1000억달러(약 132조원) 규모의 기후재원과는 별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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