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도 무혐의 처분도 안해, 특검 자초

2023-12-28 11:09:30 게재

1심 재판서 추가 정황 드러났지만 4년째 김건희 여사 직접조사 '감감'

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표결처리할 예정인 가운데 김 여사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건을 떠안은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도, 무혐의 처분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면서 특검 정국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의 시세를 조종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지난 2020년 4월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대표가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19개월간 수사 끝에 지난 2021년 12월 권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는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소환조사 없이 무혐의 처분은 안된다는 수사팀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권 전 회장 등 피고인들이 서로 공모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기소된 9명 중 6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의 관련 추가 정황이 드러났다.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자신과 1차 주가조작 선수로 지목된 이 모씨를 제외하고는 거래를 못하게 하라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 시세조종을 총괄한 투자자문사에서 발견된 김 여사 계좌 관리 파일 등이 공개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여사 명의 계좌 5개 중 3개를 작전세력이 운용했고,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 계좌 1개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내용을 적시하기도 했다.

검찰이 기소한 통정·가장매매 중 1심에서 공소시효가 남아있고 유죄로 인정한 거래는 총 102건으로 이 중 김 여사 명의 거래가 48건이나 됐다. 김 여사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1심 판결 이후 검찰은 보강수사를 해왔다. 50여 곳을 상대로 6차례 압수수색을 하고 150여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정부 검찰에서 한 차례 서면조사했을 뿐이다.

검찰의 이같은 소극적인 태도는 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근거가 됐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대통령도 수사 받아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상식"이라며 "대통령 부인은 더더욱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김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를 거치며 수차례 내사 및 수사를 했으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기소조차 못한 사건"이라고 야당의 특검 추진을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해 강도 높게 수사해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했고 증권사 관계자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다만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검찰과 달리 판단한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 등을 살펴보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