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논란 이유

2023-12-28 11:44:22 게재
황 성 전 한국은행 국장

12월 자산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로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는 하락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투자상품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까 초조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이 상품은 예금금리가 1% 내외였던 2021년 상반기에 연 4%의 수익을 주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후 중국의 경기둔화와 부동산시장 불안 등으로 홍콩H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ELS의 투자손실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만기가 대부분 내년 상반기에 집중되는데 손실금액이 3조원대로 추정되면서 투자자 적합성 확인 및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와 은행 간 인식차 있는 한 논란 지속

이 ELS 논란을 이해하려면 상품의 구조를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조건(발행시점 가격대비 80~90%)을 상회하는 경우 1년에 2회 조기상환해 연간 4% 수익을 얻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만기시점에 지수가 기준가격의 60~70% 이상일 경우 수익을 확보한다. 그러나 만기시점에 기준가격의 60~70%를 하회하는 경우에는 지수 하락률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위험이 클수록 수익이 커지는데 이 ELS는 수익은 연 4%로 고정된 반면 주가변동에 따라 원금 전액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위험 저수익 금융상품인 것이다.

과거 라임·옵티머스사태 당시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다. 때문에 지금 은행들은 이런 ELS 판매시 투자자의 위험 성향을 파악하고 그 정도에 따라 상품을 권유하고 필요한 설명과 함께 녹취까지 하고 있다. 또 2일 이상의 투자 숙려기간도 보장하는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그럼에도 불완전판매에 대한 논란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 세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금융소비자와 은행 간 거래관계와 금융상품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연유한다. 금융소비자는 은행과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은행원의 투자 권유를 마냥 뿌리치기 어렵고 은행은 나의 노후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는 곳이기 때문에 권유받은 금융상품도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반면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도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고위험 금융상품 취급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금융소비자와 은행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 한 불완전 판매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이러한 고위험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둘째, 은행원의 전문성 부족에서 연유한다. 은행 창구 직원이 고위험 금융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취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본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상품을 금융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최소한 일정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만이 고위험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금융소비자의 금융이해력 높이기 위한 교육 필요

셋째, 금융소비자의 금융이해력 부족에서 연유한다. 은행원이 아무리 정확히 설명해도 금융소비자가 금융이해력이 높지 못하면 ELS와 같은 고위험 금융상품을 이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 도리도 없다. 게다가 은행에서 ELS 투자권유를 받는 계층은 대체로 대면거래가 많은 노년층으로 그들의 금융이해력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제부터 금융소비자는 자신의 금융이해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장기 계획을 가지고 경제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지원해야 한다. 경제교육지원법은 국가는 국민에게 학교 안팎에서 경제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적합한 경제교육 내용을 마련·활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