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내년 2월 회사채 만기 1.4조원

2023-12-28 11:20:06 게재

2024년 회사채 만기도래 3.6조원 … 상반기에만 2.4조원

단기자금 시장 불안에 '빨간불' … 신용평가 줄줄이 하락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자금 위기가 현실로 부각됐다. 건설사들이 내년 2월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는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연초 자금 상황은 풍전등화 상태다. 단기자금조달 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상반기 회사채 만기도래 금액은 2조4000억원, 연말까지는 총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을 줄줄이 낮추고 있다. GS건설,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태영건설과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건설사들의 신용도 저하는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비용을 키워 재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PF 우발채무와 겹쳐 재무부담 더 확대 = 28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들의 회사채 규모는 3조5880억원이며 이중 상반기에만 2조3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시공능력 상위 50위권 건설사(건설 매출 비중이 50% 미만인 업체는 제외)들의 회사채 만기 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오는 2월 말까지 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한화·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의 총 1조419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내년 초가 건설사들의 자금상황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을 등급별로 보면 A급이 약 1조8779억원으로 약 79%를 차지했다. AA급은 1400억원, BBB급은 약 3527억원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현실화와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맞물리며 건설업계의 재무 부담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건설사들의 부동산 PF는 아직 확정된 채무는 아니지만 부동산경기 저하 등으로 사업이 성사되지 않아 돈을 갚지 못할 시 건설사 채무로 확정되는 '우발채무'인 반면, 회사채는 직접적인 채무로 분류된다.서로 성격이 다른 채무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PF 리스크가 부각돼 건설업에 대한투자 심리가 나빠지면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4조4100억원이다.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2000억원 수준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선분양을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금리와 공사비가 상승해 착공하지 못한 현장이 많은 상황이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은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리스크가 제기됐으나 시공 능력 순위 30위권 내 대형 또는 중견 건설사의 신용도 하향이 이뤄지며 PF 리스크가 건설사로 전이되는 양상"이라며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PF에 금융비용이 누적되며 건설사들의 PF 보증액이 감소하지 않아 내년에도 PF 시장의 어려움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영·신세계 등급전망 '부정적' = 부동산업황과 현 자금시장 환경을 감안할 경우 건설사들의 재무부담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기평에 따르면 2021~2022년 착공 프로젝트들의 기성 본격화로 2023년 건설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하였으나, 공사원가 상승이 지속되며 3분기 누적 합산 EBITDA(감가상각전 영업이익)마진은 전년 동기 대비 1.1%p 하락했다. 수익성 약화와 운전자본부담 등으로 현금흐름이 저하되고, 사업환경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 자금 확보 등으로 9월말 합산 총차입금은 전년말 대비 약 10.4% 증가한 32.5조원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전반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 국면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단기간 내 주택 구매 수요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권의 PF관련 익스포저 축소로 PF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되어 건설사 자금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예고했다. 한국기업평가도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하향 검토)'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하향검토)'로 변경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또한 태영건설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하향검토)'로, 단기신용등급 전망은 'A2-'에서 'A2-(하향 검토)'로 조정했다.

GS건설, 동부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27일 GS건설의 무보등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 검토)에서 A(안정적), CP는 A2+(부정적 검토)에서 A2로 하향 조정했다.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은 'A3+'에서 'A3'로,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도 'A(긍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경기 부진과 고금리 지속으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된 만큼 공격적인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고, 건설사 대손의 직접적 원인인 준공 후 미분양 증가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권의 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축소로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해 건설사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현금 흐름 저하와 금융환경 악화에 따른 자금 소요 등으로 건설사들의 재무 부담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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