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압력·금리인상에 출렁인 한국 증시, 금리인하 기대감·공매도 금지에 상승 마감

2023-12-29 10:51:43 게재

외국인 6년년 만에 순매수

개인 순매도하며 차익실현

고물가 압력과 금리인상에 올 한해 큰 변동성을 보였던 한국 증시가 금리인하 기대감과 공매도 전면금지에 힘입어 상승세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2017년 이후 6년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고 기관투자자 또한 4년 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내 증시를 떠받쳐온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13조8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코스피 18.7% 상승 … 시총 20% 증가 = 외국인 순매도에서 순매수 전환 =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증시 폐장일인 28일 코스피는 2655.28로 거래를 마쳐 작년 말 2236.40보다 418.88포인트(18.73%)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2126조원으로 작년 말(1767조원)보다 359조원(20.3%) 증가했다.

글로벌 긴축기조와 경기침체 우려에 2230선까지 추락했던 코스피는 올 상반기 이차전지 등 테마주 바람을 타고 상승세를 타면서 8월 1일 연고점(2667.07)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등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0월 31일엔 2273선까지 떨어지며 상반기 상승분을 반납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1월 통화정책회의(FOMC)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시장 금리가 급락하고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까지 나오면서 증시가 급반등했다.

지난 2018년부터 5년 연속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투자자는 6년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올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424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해 시총 보유 비중 또한 작년 30.7%에서 32.9%로 높아졌다. 기관투자자들 또한 올해는 연 1조350억원 순매수로 4년 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반면 개인은 2020년 47조5000억원, 2021년 65조9000억원, 2022년 16조6000억원을 순매수에서 올해는 13조8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2023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 | 한국거래소는 28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3층에서 금년 한해 자본시장을 마무리하는 기념행사인 '2023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식'을 개최했다. 사진 한국거래소 제공


◆코스닥 28% 상승 =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은 코스피보다 더 컸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866.57로 마감해 작년 말(679.29)보다 187.28포인트(27.57%)올랐다. 지난해 급락장에서 벗어나 연초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지난 7월 26일 956에서 고점을 형성한 뒤 10월 말 730선까지 조정을 받고서 11~12월 급반등했다. 올해 증시 주도주인 2차전지 등 혁신 성장주 덕분이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은 432조원으로 지난해(315조원)보다 116조원(36.9%) 증가했다. 지난 8월1일 시총 사상 최고치인 454조8000억원 기록을 쓰기도 했다.

올해도 코스닥 지수 상승은 개인투자자들이 이끌었다. 지난해 4조2000억원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 또한 올해는 1조3000억원 순매수 전환했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순매도세를 이어가며 올 한 해 5조3000억원 어치 팔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IPO(기업공개) 시장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수는 132사로 지난해보다 3사가 늘어 2002년 IT 붐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스팩상장을 제외해도 95개사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다만 공모금액은 2조8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라덕연·영풍제지 사태 등 주가조작·시세조종 논란 = 올해는 라덕연·영풍제지 사태 등 주가조작과 시세조종 등이 불거지며 증시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 자본시장을 뒤흔든 주가조작에 개미투자자들만 투자금이 묶이는 등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난 4월 발생한 '라덕연 사태'는 주가조작 세력이 다수의 종목에 대해 최소 2년 이상 장기간 시세조종을 일삼은 유례 없는 사건이었다. 증권사의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 허점을 활용한 신종 주가조작 사건은 기존 시장감시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고, 당국과 거래소는 초장기 시세조종도 적발할 수있도록 시스템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그러나 바뀐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 두 달도 안 돼 '라덕연 사태'와 유사한 두 번째 주가조작 사태가 재발했고,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동일산업 등 5개 종목의 매매거래를 일시 정지했다.

10월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인 영풍제지가 갑작스럽게 하한가로 급락하며 시세조종 혐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주가조작 세력이 키움증권의 미수거래를 이용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증권사 리스크 관리 능력 미흡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고, 결국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이 4천억원대 미수금을 떠맡게 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힘 세진 개미들, 공매도 금지 이어 상법 개정안 캠페인 = 올해 증시에서는 힘이 세진 개인투자자들의 위상이 크게 드러났다.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행동주의펀드들의 행보에도 힘이 실리며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잇따랐고 공매도제도 개선 및 금지까지 시행됐다.

개인투자자들의 불법공매도 금지와 제도개선 요구가 강력해지면서 정부는 결국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후속 조치도 취하는 중이다.

행동주의펀드의 목소리에도 힘을 실어주던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법 '이사충실의무'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며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는 국민서명운동도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제도까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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