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변수로 떠오른 검찰 정치권 수사

2024-01-02 11:18:49 게재

김건희 수사 공정성 논란 vs 이재명 야권 '사법리스크'

'돈봉투' 의원 줄기소 여부 … 민주당 공천 차질 예상

'김건희 특검' 거부권·검찰 수사 뭉개기 비판론 거세

검찰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살얼음을 걷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정치권 수사가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돈봉투에 연루된 의원 등 야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여권의 악재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등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쌍특검' 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분명한 상황에서 '공정성'시비는 검찰의 부담이다. 검찰은 김 여사를 공개조사하거나 아니면 과감히 무혐의 처분하기도 힘든 형국이다.

◆ 돈봉투 의원 수사 속도 = 지난달 18일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다시 탄력을 받은 상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몰랐다"며 "정치적으로 책임질 일이지, 법적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법원은 송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거부해왔던 윤관석 의원도 결심공판에서 돈봉투 10개를 전달한 경위와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의심되는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 모임에 참석한 사실, 추가로 돈봉투 10개를 요구해 받은 사실 등을 인정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돈봉투 수수 정황이 있는 의원들을 상대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이미 지난해말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일부 의원들은 일정 조율을 마친 상태다.

수사 내용이나 증거 등을 고려할 때 서면으로는 조사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최대 20명에 달하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에 대한 줄소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돈봉투를 전달했다는 윤관석 의원이 함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진전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총선 전 야당의원들을 무더기 기소하는 것도 부담이다.

◆새해에도 '이재명 수사' 지속 = 현직 대표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강도 높게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해 이 대표를 6차례 소환조사했고,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국회와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건 외에 수원지검은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보완수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과 관련해 이 대표가 지시·묵인한 의혹에 대한 수사가 더해졌다.

김 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대표가 받기로 했다는 이른바 '428억원 약정' 의혹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벌이고 있는 '허위 인터뷰' 의혹 수사가 이 대표를 겨냥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대선 국면 허위 인터뷰를 보도해 윤석열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언론사 기자와 대표 뿐 아니라 송평수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김 모 민주당 정책연구위원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민주당 인사로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건희 리스크 현실화 되나 = 지난달 28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쌍특검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일찌감치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혀왔지만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만만치 않은 역풍이 예상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가 70%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20%)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특검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특검법상 수사상황을 상시 브리핑을 할 수 있어 선거 내내 특검 수사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회에서 특검법이 다시 통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거부권 행사 후 국회 재의결은 무기명으로 이뤄지는데다 공천 갈등 등으로 국민의힘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어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법안을 다시 의결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민의힘은 더 큰 혼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과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나 김 여사 특검은 오래된 변수라는 점에서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검찰 수사나 특검은 상당부분 이미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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