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가속페달 밟는 캘리포니아의 녹색혁명

2024-01-02 11:42:47 게재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

캘리포니아주가 올해부터 로스앤젤레스·롱비치·오클랜드항구에서 화석연료 트럭의 신규등록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디젤동력 트럭 화물운송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앞서 주정부는 204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며 2035년부터 새로운 가솔린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는 이제 세계 최초로 디젤트럭을 금지하게 됐다. 디젤동력 트럭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캘리포니아의 야심찬 계획은 다른 주와 전세계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트럭운송은 캘리포니아주의 녹색혁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중형 및 대형트럭은 미국 차량의 약 4%에 불과하지만, 총 고속도로 연료의 25% 이상을 소비하고 고속도로 탄소배출량의 거의 30%를 차지한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가 발표한 디젤트럭에 대한 새로운 규칙에 따라 2036년까지 트럭 제조업체는 대형 및 중형트럭의 무공해 모델만 판매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대형트럭 운송회사는 차량을 전기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들은 2042년 모든 트럭이 무공해 트럭이 될 때까지 일정에 따라 전기모델 트럭을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롱비치·오클랜드항구를 오가며 화물을 운송하는 드레이지트럭은 2035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모델로 전환해야 하며, 2024년부터 신규 판매하는 트럭은 배기가스 배출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환경운동가들은 이 규칙을 50대 미만의 트럭을 소유한 소규모 기업으로까지 확대하도록 위원회를 설득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무공해 모델로의 점진적 전환은 50대 이상의 트럭 또는 연간매출 5000만달러 이상인 회사에만 적용된다. 대신 위원회는 소규모 기업을 위한 별도의 규칙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전환은 최근 수년 동안 대기자원위원회가 결정한 것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은 조치 중 하나다. 새로 제정된 2035년 휘발유자동차 신규판매 금지조치보다 훨씬 더 논란이 많은 편이다. 이 전환은 2020년 제정된 클린 트럭 규정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제조업체가 2024년부터 2035년까지 판매해야 하는 무공해 트럭의 수를 의무화했다.

트럭부문 탄소없는 캘리포니아 항구

2024년부터 제조업체가 무공해 전기트럭을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캘리포니아주의 규칙은 바이든행정부의 최신 규정보다 3년이나 앞선 것으로, 생산 목표를 높여서 2035년까지 30만대의 전기트럭을 도로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높은 에너지 효율과 무거운 짐을 장거리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디젤엔진은 1950년대부터 미국의 상품 이동을 지배해왔다. 캘리포니아의 이번 조치는 '디젤 배기가스가 암과 관련된 40개 이상의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고 독성이 있는 오염물질'이라고 선언한 지 25년 만에 나온 것이다. 디젤엔진은 캘리포니아의 초기 규칙에 따라 수십년 동안 훨씬 개선됐지만 여전히 대기오염과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전기트럭은 충전을 위해 멈추지 않고도 미국에서 가장 바쁜 컨테이너 화물허브인 로스앤젤레스항구와 롱비치항구에서 내륙의 많은 창고로 이동할 수 있다. 약 3만대의 트럭이 항구에 등록돼 있기 때문에 친환경 차량을 도입하면 탄소배출량과 트럭이 통과하는 지역사회에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미립자를 크게 줄이게 될 것이다. 전기트럭은 무공해 트럭 전용차선을 사용할 수 있어 대기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거대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트럭은 40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며 장시간 충전 없이 장거리 운송을 할 수 없어 트럭운송의 경제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엄격한 규정과 재정지원(주정부 기관으로부터 1대당 최대 28만8000달러의 트럭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운영자들은 말한다)으로 모든 디젤트럭이 항구에서 운행금지되는 2035년까지 항구 트럭 부문의 탄소제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탄소제로 항구 성공은 뉴욕주가 '향후 20년 동안 모든 유형의 트럭 운송을 탈탄소화 하겠다'고 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뉴저지 매사추세츠 오레곤 워싱턴에서 유사한 노력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항구는 이제 겨우 변신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로스엔젤레스항구에 운행등록된 전기트럭은 전체의 1%에 불과한 180대다. 수소연료전지로 구동되는 트럭은 1대였다. 다른 기술은 대형 굴착장치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됐다.

중소 운송업체, 전환에 어려움 겪을 듯

대기업은 친환경 전환을 위한 최적의 위치에 있다. 캘리포니아에 미주 본사를 둔 덴마크 거대 해운사 머스크의 임원인 마이크 갤러거는 "볼보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BYD가 남부 캘리포니아항구에서 최대 50마일까지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약 85대의 차량으로 구성된 완전 전기차량을 보유하고 창고에 수십개의 충전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규모 트럭운송 기업이 대부분의 항구운송(로스앤젤레스 항구의 약 70%를 차지함)을 담당하고 있어 탈탄소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버트럭협회 최고경영자 맷 슈랩은 대기자원위원회의 항구 트럭 규정에는 중소기업이 이러한 변화에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면제조항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규모 기업의 경우 충전기에 접근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며 "비용이 많이 들고 트럭 야드 소유주가 설치를 꺼릴 수 있으므로 운영자는 이제 막 구축된 공공 충전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임원 갤러거는 "클린 트럭 규정이 소규모 운영업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면 공급망에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 트럭운송협회는 항구 트럭에 초점을 맞춘 것을 포함한 주의 트럭운송 규칙에 대해 연방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는 전국 상품운송산업의 보안과 예측 가능성을 위협하는 광범위한 과잉 조치"라고 주장했다.

포럼 모빌리티는 공공 트럭 충전소를 건설하고 전기트럭을 임대해 소규모 트럭 운송회사를 도울 수 있다고 믿는 여러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롱비치항구에 트럭 44대를 충전할 수 있는 창고를 내년 개장할 예정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 충전소는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장에 공급되는 전력량인 9메가와트의 전기로 가동될 예정이다.

480억달러 경제적 절감효과 추산

전기트럭을 구입하는 데 초기비용이 많이 들지만 유지보수와 운영비용이 낮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량 운영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자원위원회는 전기트럭 운영 및 관리를 통해 480억달러의 경제적 절감 효과를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 위원회 계산에 따르면 2035년 전기 세미 트럭을 구입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76만5000달러에서 110만달러 사이가 될 수 있으며, 휘발유 또는 디젤트럭은 91만9000달러에서 120만달러 사이가 될 수 있다. 이 총액은 일부 회사가 무공해 차량을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주 및 연방 보조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환경단체는 디젤가스가 심하게 오염된 지역사회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환경정의를 위한 시민단체의 정책 분석가인 안드레아 비다우레는 "우리의 몸은 이 트럭들이 내뿜는 독극물의 여과장치였으며, 이것이 이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과 그 옆에 사는 지역사회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환경변호사 기드온 크라코프는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오늘을 돌아보면, 우리는 캘리포니아가 세상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캘리포니아가 이 일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