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구조조정' 첫 시험대

2024-01-02 11:58:49 게재

태영, 채권기관 수백여곳

복잡한 이해관계 조율 난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하면서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가운데 수백여곳에 달하는 채권자들의 이해관계 조율이 향후 건설업계 구조조정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과거 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이 워크아웃와 관련해 주요 의사결정을 했던 것과 달리 최근 몇 년간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뛰어들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해졌다. 앞으로 부실해진 건설사들이 잇따라 워크아웃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지만 태영건설이 성공 사례로 정착하지 못하면 다른 건설사들의 워크아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2일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논의를 위한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통보를 받은 채권기관은 400~6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100여곳과 단위 새마을금고와 상호금융조합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관련 PF사업장은 60곳이지만,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까지 합치면 122곳에 달한다. 부동산PF 사업장 1곳에 10여개 금융회사가 대주단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1000여곳이 넘지만 중복을 제외하더라도 400여곳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건설 금오건설 워크아웃 당시에는 채권단과 부동산PF 대주단이 사실상 일치했지만 지금은 대주단을 구성하는 금융기관들이 많아져서 건설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금융당국의 영향력도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강하게 개입해 의견조율에 나서면 워크아웃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관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반면 제3자 입장에서 사태를 주시하는 정도라면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할 수 있어 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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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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