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문제 '열쇠'는 대중교통 통합

2024-01-02 10:34:51 게재

주택도 대중교통에 기반

기후대응, 교통혁신 시급

수도권 주민 편의를 위한 지자체 간 협력이 강조되는 가운데 가장 시급한 현안은 교통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교통 통합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각종 수도권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7월 회동을 진행한 뒤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2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은 교통약자인 서민층을 위한 핵심 사업이다. 2007년 도입한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가 좋은 사례다. 도입 10년을 맞아 2017년 경기도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년간 경기도민이 받은 할인혜택이 총 5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중교통 이용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제도 시행 이전 77%에 머물던 교통카드 이용률이 2016년 96.9%로 뛰었다.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은 행정 혁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현행 지자체 교통 체계는 행정구역별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인천과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만 하루 130만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행정구역에 따라 다른 교통체계가 제공되는 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생활인구 개념은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 필요성을 더욱 부추긴다. 구역과 경계를 중심으로 한 기존 행정 체계를 이용자 중심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단순한 거주자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 방문하거나 체류하며 업무를 보거나 기타 이유로 머무는 모든 이들을 '인구' 개념으로 잡으면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승훈 한국교통연구원 AI빅데이터연구팀장은 "미래교통의 선결조건은 교통수단별 이용 편리성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이용자 입장에서 최적의 루트와 요금, 이용방법 등을 제공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실현되려면 대중교통 통합은 가장 먼저 이뤄져야할 기본 과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갈등 해소에도 기여 = 수도권은 교통 뿐 아니라 주택문제도 서로 깊숙히 연결돼있다. 대중교통 통합은 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선 TOD(Transit-Oriented Development)를 적용해 도시공간을 재편하고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TOD란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도심대중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통중심지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대중교통 활성화와 주거안정을 동시에 꾀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통합으로 행정과 지자체 경계에 대한 기존 인식이 허물어지면 혐오시설 설치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로 불리는 혐오시설 기피문제는 내 지역에 기피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꺼리는 현상이다. 서울-경기 간 잦은 왕래로 행정구역에 대한 경계가 완화되면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내 동네는 안된다'는 지역중심 사고가 바뀌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와 교통전문가들 사이에선 수도권 대중교통 정책의 최종 목표는 대중교통 무상 혹은 무제한 패스의 전면 사용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무제한 패스에 기후동행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이를 실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인천과 협의 이전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발표하면서 승용차 이용이 1만3000대 감소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2022년 3월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자동차는 318만대다.

한 미래교통분야 전문가는 "독일의 9유로 패스, 유럽 전역에서 공용화된 유레일 패스 등 전 국토, 여러 나라를 아우르는 교통카드들이 나와 있고 심지어 오스트리아 등은 대중교통을 완전 무료화했다"며 "대중교통 활성화가 기후대응의 주요 동력이 되려면 전면 무상, 최소한 무제한 이용이 실현돼 이용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선진 도시들은 교통 수단들 간의 연결·통합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주거문제까지 해결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대중교통 통합은 다양하고 복잡한 수도권 문제를 풀어갈 출발점이자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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