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증시 전망 | ① 통화정책 전환 기대

올해 투자관점, 물가·금리 → 실적·정책으로 이동

2024-01-02 00:00:01 게재

3월 FOMC 결과가 이후 증시 흐름 좌우할 듯

주요국 선거·건설PF 만기·공매도 재개 '변수'

고금리에 울고 웃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연일 상승랠리를 펼치며 새해를 맞이했다. 국내 증시 또한 금리인하 기대감과 공매도 전면금지, 대주주 양도세기준 완화 등에 힘입어 상승 중이다. 다만 단기과열에 대한 경계 심리도 만만치 않다. 각 국이 처한 경제 상황과 정책 여력, 정치 상황 등으로 국가별, 업종별 차별화 또한 불가피하다. 강세장이 언제까지, 어느 수준까지 지속할지 국내외 금리인하 시점 전망과 산업별 전망을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24년 전체 증시환경은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우호적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난 2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을 괴롭혀 온 물가와 금리에서 벗어나 '실적'과 '정책'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리인하 시기와 인하 속도에 따라 시장 분위기는 크게 바뀔 수 있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이후 증시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각국의 선거일정도 주요 변수다. 각 시기마다 개별 업종 이벤트를 고려한 선별적인 업종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단기 변동성 확대 예상 = 2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주요국 금리인하를 기대하며 올해 글로벌 증시 상승을 예상했다. 올해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미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공조가 시작되는 투자환경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중, 늦어도 하반기에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금리인하가 예고된 상황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의 금리인하 등 금융 긴축 완화는 주요국의 부동산 위기 등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게 하는 안전벨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1분기, 특히 1월에는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채권 공급은 국내외 모두 급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지표 둔화세에도 시장 기대가 앞서간 만큼 이를 상회할 경우 실망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홍해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운송비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에 따른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
해외증시 전문가들 의견도 분분하다. 빠르게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 같은 기대가 성급하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이 2023년 12월 메이저 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 이상이 연준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응답자의 60% 이상은 1년 안에 미 국채 금리가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골드만삭스의 미국 투자 분야 수석전략가인 데이비드 코스틴은 "고금리 시대가 끝나고 빠르게 금리가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투자자문업체 레이먼드 제임스의 수석전략가인 매트 오턴은 "실제 연준의 입장보다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런 불안정성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전문가들도 반 발짝 물러나 시장을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연방준비금 선물시장에서는 3월 금리인하 확률을 90% 가까이 반영하고 있지만 이런 기대는 아직 과도해 보인다"며 "조기 금리인하 기대와 경기연착륙 시나리오에서 약간 물러서자"고 조언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뉴욕 연방은행의 공급망 지수는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헤드라인 물가에 우호적인 기저효과도 점차 약화될 수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자극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물가관련 지표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잡음에 대해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지속 중 전 세계 40개 국가 선거 돌입 = 올해 주목해야 할 글로벌 리스크로는 아직도 진행 중인 전쟁과 함께 1년 내내 이어질 각국 선거가 꼽힌다.

올해에는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총선·대선 등의 선거가 열린다.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4월 한국 총선과 인도 총선, 6월 유럽의회 선거, 11월 미국 대선 등 정치 이벤트가 1년 내내 예정돼 있다.

금융시장은 먼저 다음 달 13일, 친중 성향과 반중 성향 후보의 대결인 대만 총통 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반중 성향인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될 경우엔 미중 갈등 심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친중파가 당선되면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 빈도가 낮아질 것이고, 반대로 반중·친미파가 당선되면 군사적 긴장감 고조에 따른 증시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친미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시 중국의 대만 개입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반사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올 미국 대선 등 정치 일정 등도 리스크가 될 수있다.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 투표결과는 한국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현재 거론되는 바이든과 트럼프, 두 후보의 정책 차별화가 명확한 만큼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중 패권 경쟁이나 리쇼어링 관련 정책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설문조사 결과 국내 고액자산가들은 새해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인물로는 대선 앞둔 '도널드 트럼프'를 꼽기도 했다. 트럼프는 재집권 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작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IRA가 진짜로 폐기되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 설비 등에 투자한 한국 기업 실적과 주가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PF발 위기 안정 여부= 국내 시장에서는 과도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된 과열 양상, 여기에 연말에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위기 등이 우려된다. 특히 국내 PF 사태는 자칫하면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1분기 중에는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기대심리의 되돌림, 국내 리스크에 대한 우려, 연말 수급 계절성의 부메랑 등이 KOSPI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중견 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이 이어진 만큼 유동성 경색과 관련한 우려가 국내 크레딧 시장에서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건설업의 경우 고용 창출 능력이 여타 업종에 비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로 인한 내수 부진 우려도 커질 수 있다.

6월에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공매도 관련 정책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MSCI 선진 지수 편입 관찰 대상국으로 한국이 포함될지가 관건이다. 또한 6월을 끝으로 7월 2일 공매도가 재개되는 국내 시장상황도 주목해야 한다.

◆돌발변수 경계심 확인해야 = 한편 국내 고액자산가들은 주로 새해 금융시장을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미래의 위기를 대비해야 하는 한 해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이 자산 30억원 이상 SNI 고객 3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3.2%가 새해 금융시장을 가장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거안사위(안정적인 시장 상황에도 미래에 닥쳐올 위기를 대비함)' 선택했다.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화두에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주요국의 금리 인하'(51.1%)를 꼽았다. 이어 '미국 대선 투표 결과'(15.2%), 'AI, 로봇 등 새로운 산업의 발전'(10.3%) 등이 주목을 받았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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