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워크아웃 개시' 불투명

2024-01-03 11:55:43 게재

금융권, 자구안 실행 의문

'꼬리자르기' 의구심 커져

부실화된 태영건설이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가는 것조차 불투명해졌다.

태영그룹이 계열사 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을 태영건설 지원에 일부만 투입하고, 만기가 도래한 상거래채권을 갚지 않으면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불신이 커졌다. 태영건설이 내놓을 자구안의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어떤 자구계획을 발표하더라도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졌다. 워크아웃 시작 전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면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보다 강도 높은 자구계획과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3일 오후 3시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채권자협의회 구성과 운영, 태영건설 존속능력평가, PF 사업장 관리기준 수립 등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자구안이 채권단에 공개될 예정이다.

태영건설이 제출한 자구안은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먼저 검토를 진행했다. 태영그룹이 주요 계열사인 에코비트와 블루원 등을 매각하고 대주주 사재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을 통해 태영건설 지원자금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세영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는 3000억원 수준에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실제 지원규모는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자구안을 받아본 금융당국이 실제 집행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사회 결의 등의 이행 확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태영그룹이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면서까지 회생이 불투명한 태영건설을 지원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다. 태영건설을 결국 법정관리(회생절차)로 보내서 '꼬리자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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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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