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논란 확산 … 과세대상 개인 1%에 불과

2024-01-03 11:25:05 게재

과세원칙·조세형평성 위배

"선거 앞둔 포퓰리즘 발언"

새해 벽두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란이 뜨겁다. 윤석열 대통령의 금투세 폐지 발언에 일부 개인투자자들과 업계는 증시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일각에서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며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수년간 금투세 도입을 준비하며 전산망 개발에 나섰던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국가 조세제도의 불확실성에 손실을 우려하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히 금투세 과세 대상이 개인투자자들의 1%에 불과해 주식시장 활성화에 직접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성 훼손 = 윤 대통령은 2일 한국거래소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획재정부 또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라며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부과기준을 야당과 협의 없이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지 12일 만에 나왔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논평을 내며 "황당무계" "막가파식 국정운영"이란 표현까지 쓰며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또한 "금투세 과세 대상은 0.9%에 불과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부자감세일 뿐"이라며 "금투세 폐지 추진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정권과 상관없이 10년 넘게 장기간 숙의를 거쳐 도입하기로 합의한 과세 제도를 윤 대통령이 일순간에 뒤집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금투세는 코스피·코스닥 등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투자로 벌어들인 이익에서 손실을 뺀 순양도차익이 연 5000만원을 초과하고 아울러 채권·파생상품·해외주식·비상장주식 등의 순양도차익이 연 25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액에 22.0% 세율(지방소득세 포함, 3억원 초과분은 27.5%)로 과세하는 제도다. 이는 주식·채권 등 금융 상품별로 제각각이었던 과세 방식을 통일한다는 취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주식에서는 손실을 봤지만 공모펀드에서는 이익을 낸 경우 현재는 펀드에서 과세가 된다. 하지만 금투세가 도입되면 이를 모두 합해 계산을 하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손실 봐도 내야하는 거래세는 아직 검토 중 = 그런데 정부는 금투세 폐지 외에 증권거래세의 중장기 개편 방안은 내놓지도 못했다. 2022년 금투세 유예를 발표한 당시에도 일반투자자들이 주식 거래할 때 마다 내는 증권거래세는 폐지가 아닌 인하로 방향을 바꾸며 단계적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인하폭은 줄어 소액투자자들의 부담만 더 커질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는 금투세 도입을 염두에 둔 조치였던 만큼, 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거래세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금투세를 내고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되는데 금투세 폐지가 되면서 거래세를 더 내게 된다면 개미투자자들은 손실에도 세금을 내는 불공평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매도 금지처럼 대통령 한마디에 금융정책 바뀌는 상황이 문제"라며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증시 발전에는 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세대상 극소수 … 세수부족 우려 = 기획재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당시 과세 대상을 약 15만명으로 예상했다. 2022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중복 제외) 약 1400만명의 1% 수준이다. 실제 2019년과 2021년 사이 연간 금융투자 소득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6만7281명에 그쳤다. 금투세가 시행되더라도 과세 대상이 전체 개인투자자의 0.9%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개미투자자들은 과세대상이 되지 않음을 뜻한다.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크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2025년부터 시행되면 2027년까지 3년간 세수가 4조328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세수는 1조3443억원이다.이는 예정처가 '2022년 세법개정안'에 따른 세수 효과를 분석한 결과다. 예정처는 금투세 시행에 따른 세수와 2022년 10월 당시 제도가 유지됐을 때의 세수 차이를 비교했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 금투세가 폐지되면 4조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당시 정부도 같은 기간 4조원 가량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경숙 의원은 "정부가 여야 합의된 사항을 파기하고 있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지난해 역대급 세수 감소 상황에서 정부가 향후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보완할지 대책도 없이 세수 포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정당한 부자감세 비판을 구태의연하다고 매도하며 국회 합의를 무시한 채 주식 대주주 기준 완화, 금투세 폐지를 거듭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는 근로소득에 반해, 금융소득에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조세형평성에 위배된다"며 "우리 사회의 공정을 훼손하고 자산불평등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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