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서 성장·대학 나온 청년 혼인 더 한다

2024-01-03 11:46:05 게재

서울 거주자 초혼 나이 가장 높아 … "지방 일자리, 문화 인프라 조성 노력 필요"

비수도권 지방에서 성장하고 대학을 나온 청년층이 수도권에서 성장하고 대학 나온 청년층보다 혼인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자의 초혼 나이대가 가장 높았다. 수도권 지역의 과열 경쟁과 미래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가현 고려대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등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게재한 '청년층의 성장지역과 대학 소재지 경로별 혼인 가능성의 차이 분석' 논문에서 "지방에서 성장해 지방 소재 대학에 진학한 청년층(지방→지방)이 수도권에서 성장해 수도권 소재 대학에 진학한 청년층(수도권→수도권)에 비해 혼인 가능성이 높았다"고 3일 밝혔다.

조사 대상 전국 4200명 청년 가운데 기혼 비율은 지방→지방 집단이 61.4%로 가장 높았다. 지방→수도권 59.8%, 수도권→수도권 56.6%, 수도권→지방 54.5% 순이었다. 특히 성장지-대학소재지가 혼인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지방→지방 집단이 수도권→수도권 집단에 비해 혼인 승산이 18.0% 높았다.

통계청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 남성의 초혼 연령은 33.83세, 여성은 31.59세로 지방 거주 남성 33.58세, 여성 31.02세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전국 대비 서울 거주자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4.17세, 여성 32.14세로 남녀 모두 가장 높았다.

감사원은 2021년 보고서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것"으로 분석했다.

좋은 대학과 직장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이로 인해 인구가 과밀되면서 한정된 재화를 얻기 위한 경쟁심리가 만연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장 시기부터 개인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상대적으로 수도권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장벽을 높였을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성장지역과 대학 진학 지역의 특징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지방 집단의 혼인 확률이 수도권→수도권 집단보다 30.1% 높게 나타났다.

기회의 관점에서 보면 수도권 거주 여성일수록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 참가율이 상승하면서 일-가정 양립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을 늦추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김 박사 등은 "현재 청년층의 자립과 노동시장 진입, 혼인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수도권 집중과 관련 있음을 확인했다"며 "수도권 진입시 청년층의 혼인율 저하가 확인됨에 따라 일자리 질을 높이고 물가와 거주비용 안정화를 도모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박사 등은 "수도권에 편중된 일자리와 교육 문화 등이 지역 불균형을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대두된다"며 "청년층이 지방에 정주할 수 있도록 일자리의 다양화와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인프라를 조성하는 등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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