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관 총선 직행 논란

2024-01-04 11:14:05 게재

퇴임 전에 출판기념회 홍보

공무원 정치적 중립 훼손 우려

총선이 다가오면서 현직 검사와 고위 공무원들이 사임도 하기 전에 사실상 선거활동에 나서 논란을 낳고 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상민 대전고등검찰청 검사는 오는 6일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총선 출마를 겨냥한 것으로 김 검사는 경남 창원에서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검사는 지난해 추석 연휴전 지인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며 "기대와 성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대검은 감찰에 착수했고 김 검사는 "정치적 의미가 없는 안부문자였다"는 취지로 해명해 경고 처분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김 검사가 지난해 말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대검은 김 검사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전고검으로 좌천성 전보조치하고 추가 감찰과 징계를 예고한 상태다. 그럼에도 김 검사는 예정된 출판기념회를 강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는 언론을 통해 "감찰이 부당한 선거개입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지난해 11월 자신의 저서인 '꽃은 무죄다' 출판기념회를 가져 총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 연구위원의 출판기념회에는 조 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지난달 20일 자신이 쓴 '진짜 검사' 저자와의 대화 행사를 가졌다. 신 연구위원은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두 연구위원도 재판과 감찰 등으로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현직 검사들이 총선 출마 움직임을 보이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에 재직하면서 수행한 수사와 기소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최근 행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방 장관은 최근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산업부 직원들에게 보내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방 장관은 지난해 9월 임명된 후 불과 3개월만인 지난달 개각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후임 장관과의 이취임이 마무리되는대로 수원지역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가 유력시된다. 하지만 아직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선 출마를 위한 행사를 알리는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방 장관은 일부 야당의원들에게도 출판기념회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나는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임식에서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 눈총을 받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추 전 부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3선 배지'를 달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본홍 이재호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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