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적 FOMC 의사록에 한풀 꺾인 금리인하 기대

2024-01-04 11:26:15 게재

올해 인하에는 동의 … 시기·횟수 논의 안 해

추가 긴축 선회 가능성 … 증시 변동성 확대

작년 말 열린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금리인하에는 동의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금리인하가 언제 시작될 것인지 구체적인 시기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추가 긴축 선회 가능성도 시사해 증시는 하락, 채권금리는 상승,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는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코스피, 이틀 연속 하락 출발 | 4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이틀 연속 하락세로 출발, 9시 2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22.75포인트(0.87%) 하락한 2,584.56을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여전 = 3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가 공개한 12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이번 긴축 사이클의 고점이거나 고점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경제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인 만큼 인플레이션이 계속 하락하는지와 경제 전반의 성과에 대한 확신에 따라 금리 변화의 속도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인플레이션 등 경제 데이터가 기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갈 시에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열어놓는 등 모든 정책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해 후행적으로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추가 긴축 카드를 여전히 정책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다.

이날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방은행 총재는 연설을 통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완화하는 발언을 내놨다. 바킨 총재는 "심각한 고용 충격 없이 인플레이션 완화로 가기 위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고금리 여파가 장기화되거나 인플레이션 완화가 기대보다 부진할 경우 연준의 경기 연착륙 달성이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연착륙의 위험요인으로 경제성장이 역전되는 것 △지정학적 사건이나 작년 3월의 은행 충격 같은 예상치 못한 혼란 △인플레이션이 연준이 목표인 2%를 넘는 경우 △혹은 수요가 예상치 못하게 높게 유지되는 경우 4가지를 지적했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0% 초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금융시장 인하 기대 과도 = 금융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맥쿼리 그룹은 "금리인하는 임박하지 않았는데 시장이 골디락스 시나리오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 인하로 전환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베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2월 시장을 움직인 단기 모멘텀은 주로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인식에 기반을 뒀다"며 "하지만 사실상 경제 지표는 시장이 원하는 만큼 빠른 방향 전환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가 여전히 2%를 웃돌고 있어 금리가 현재 가격보다 더 오래 더 높이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권은 "올해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시점이 상반기까지 당겨지면서 시장금리 하락압력이 고조되는 등 통화완화 기대치 선반영 인식 높다"며 "하지만 인플레갭 소멸 시점 감안할 때 주요국 금리인하 상반기보다 3분기 정도가 더 유력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증시 약세 = 연준의 매파적 입장이 재확인되면서 미 국채 금리 변동성은 더 커졌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4.0%까지 올랐다가 의사록 발표 후 3.91%로 9bp(1bp=0.01%포인트) 다시 떨어졌다. 연준의 정책 전환을 둘러싼 논란 확대로 금리변동성이 높아진 모습이다.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지표가 혼재된 결과를 보인 가운데 FOMC의사록 공개 이후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상승했다. 이에 따라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대비 5.7원 오른 1310원대에서 상승 출발했다.

글로벌 증시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의사록 공개 이후 위험회피 심리가 작용하며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일대비 0.76%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였다. 나스닥은 이틀연속 1%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된 점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금융 시장은 연준 가이던스 대비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바 있다.

국내 주식시장도 이틀째 하락하는 중이다. 4일 코스피는 오전 9시 31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01포인트(0.31%) 하락한 2599.30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64포인트(0.19%) 떨어진 869.93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연준 의장의 12월 FOMC 기자회견 발언보다 전날 공개된 의사록 내용이 더 매파적이라는 점 때문"이라며 "최근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국제 유가가 리비아, 홍해 사태로 인해 가격이 수시로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나, 5일 발표되는 12월 고용과 11일 발표될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영향력이 더 크다는 점을 주가 전망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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