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보법 개정 불발 … 골목경제 외면?

2024-01-04 11:50:05 게재

금융위·은행권 반발로 법안 상정 보류

신보 "경제위기, 잠재부실채권 많아"

은행권 "출연율 높이면 대출금리 인상"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여력을 강화하는 지역신보법 개정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법정출연요율 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과 금융당국은 법을 바꿀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관련 법을 발의한 의원들은 성명서까지 준비하며 법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소상공인 보증을 지원하는 전국 지자체 신용보증재단들이 보증여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지역신보 지점에 은행에서 부실대출을 대신 갚아달라고 보낸 대위변제 서류들이 박스마다 가득 쌓여있다. 사진 지역신보 제공


4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9일 예정된 본회의를 앞두고 지난 연말 또다시 보류된 지역신보법 개정안의 상정과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개정안은 은행권 법정출연요율을 인상(0.04% → 0.08%)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폐업 위기를 겪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에 대한 지원에 나섰으나 줄도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은행을 통한 대출도 '연체 1회 이상이면 자격 미달'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좌절됐다. 지역신보가 신용이 부족한 이들에게 보증서를 발급,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도왔다. 문제는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 상황이었다. 버티기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은 지역신보에 기댈 수밖에 없었고 급증하는 수요 탓에 신보의 보증여력은 급격히 축소됐다.

한쪽에선 대출에 의존하는 자영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빚없이 장사해야 한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라면서도 "하지만 처음부터 경영능력이 없는 곳은 문을 닫는게 맞지만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고 이 기간이 3년이나 이어졌다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갑작스런 단절이 아닌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법 개정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보증여력이 부족해 법정출연요율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지역신보의 엄살이라고 보고 있다. 보증기관의 보증여력을 나타내는 운용배수(보증잔액 ÷기본재산)를 고려했을 때 지역신보의 보증여력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지역신보의 운용배수는 8.2배로 법적 한도(15배)와 적정 운용배수(12.5배)에 미치지 않는다.

지역신보의 높은 부실률도 문제로 삼고 있다. 2022년 대비 2023년의 대출 사고율 증가폭 비교에서 신용보증재단중앙회(1.2%p), 기술신용보증재단(1.3%p) 보다 지역신보(2.5%p)가 훨씬 높은 비율을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건전성 악화원인 분석, 보증심사능력 제고 등 자구노력 없이 요율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무분별한 보증 확대 및 대출 잔액 급증 등은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신보측 입장은 다르다. 은행들은 지역신보의 보증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보증잔액 내에 상당량의 잠재부실채권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게 지역신보측 분석이다. 특히나 경제회복이 더딜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에 법정 운용배수 이내에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보중앙회와 기보의 출연요율은 상한선만 있는데 지역신보만 하한을 두는 것도 형평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소상공인 위기 상황이 일시적이라는 점에 대해 양측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지역신보 관계자는 "OECD 국가 대비 자영업자 비율이 크게 높은 우리나라 경제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역경제·골목상권을 지탱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줄도산할 경우 빈곤층이 무더기로 쏟아질 수 있고 이들에 대한 공적 부조가 필요해지면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만 의원은 "오는 8일 법사위에 상정될'지역신용보증재단법 개정안'은 소상공인에게 안정적으로 보증을 공급하고, 출연금에 비해 은행에 과도하게 수익쏠림이 일어나는 불공정 문제해결을 위한 민생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주 의원은 "윤석열정부 120대 국정과제 중 첫번째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이었다"며 "은행의 소상공인 보증기관에 대한 출연금을 확대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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