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증시 전망 | ② 과열주의보

우호적인 채권시장 … 기대수익률 낮춰야

2024-01-05 10:59:11 게재

미 국채 10년물 금리, 20일 만에 4% 돌파

국내 채권금리 하락민감도 미국보다 높아

지난해 연말 가파르게 하락하던 시장금리가 새해 들어 다시 오름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된 영향이 크다. 크게 보면 금리인하라는 큰 물줄기가 바뀌지는 않지만 그동안 팽배했던 낙관론이 과열로 인식되면서 일시적인 조정이 예상된다.


글로벌 금리인하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올해 채권시장 전망은 우호적이다. 하지만 채권전문가들은 그동안 채권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과도하게 선반영한 상황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한다며 2024년의 채권 투자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로 약세장 =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8bp(1bp=0.01%포인트) 오른 4.00%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장중 4% 돌파에 이어 20일 만에 다시 종가기준 4%를 넘어섰다. 미국채 2년물은 5bp 오른 4.38%에 마감했다.

이날 발표된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2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6만4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13만명 증가를 웃도는 수치로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함을 나타낸다.

전일 발표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인하 시점 논의는 부재했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된 후 채권시장이 숨고르기 장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재 시장에서 반영 중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채권시장 약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앞으로 지켜봐야할 지표로 △미국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vs 1월 미국 본예산 결정 △ 미국 연말 소비시즌 이후 소비력 유지 △ 유가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민감도 축소 △ 미국 실업률 4% 진입 가능성 △ 국내 부동산 PF 관련 위험 관리, △ 단기금리 급락에 따른 적정가치 회복 과정에서 금리상승 수준 점검 등을 꼽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자 비용 부담에도 연방정부 재정지출 이어지며 적자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 오는 19일 기한을 앞두고 있는 미 임시예산안도 금리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서비스업 물가가 5%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점도 부담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새해 들어 약세장을 나타내는 중이다. 국고채 주요 만기물 금리는 작년 연말대비해서는 10~15bp 올랐다. 작년 말 주요국 중앙은행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올해 들어 일부 후퇴하면서 강한 되돌림 약세장이 나타난 것이다. 다만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전일 국고채 3년물은 3.22%, 10년물은 3.29% 레벨에서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채권전문가들은 국내채권금리의 하락 민감도가 높았다고 지적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금리는 미국 금리보다 덜 오르고 하락 강도는 앞서가 국고3년과 10년 모두 3.1%대까지 떨어졌다"며 "이는 과열영역으로 3.3%대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인 성장추세를 기반한 한국채 10년물 금리는 3% 중반 정도가 현재 적정가치라는 판단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국고채 금리는 작년 연말 다소 빠른 속도의 금리 인하를 선반영했던 만큼 1월 FOMC를 앞두고 일부 되돌림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국내 채권수익률 7.8%, 2008년 이후 최고 = 이런 가운데 올해는 채권시장의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작년 채권시장은 연 7.8%로 높은 수익률을 시현했다. 2008년 이후 10.1%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채권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후로 범위를 넓혀 보더라도 역대 4번째로 높은 성과다.

이는 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한 결과다. 작년 1월부터 한국 기준금리는 3.5%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보다 금리인상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한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덩달아 커지면서 시장금리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높은 성과는 금리 수준이 높았고 채권 금리가 연초 대비 50bp 이상 하락하면서 자본 차익이 더해진 데 따른 것"이라며 "채권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과도하게 선반영한 상황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또 "현재는 금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낮아졌고 채권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여지 또한 2023년보다 제한적"이라면서 "2012년의 금리 궤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2012년 하반기 3.25%였던 기준금리는 25bp씩 두 차례 인하됐다. 그해 말 기준금리는 2.75%가 됐는데 연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82%, 10년물은 3.16%, 30년물은 3.36%였다. 현재는 국고채 금리가 3년물을 제외하면 2012년 연말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이를 감안하면 장기물의 경우 금리가 연말까지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남아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JP모건이 채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포지션 조사에 따르면 매수를 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2%로 12월 조사보다 6%p 하락하면서 연준의 긴축 우려와 국채 공급 우려로 금리가 상승했던 2023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순 매수 응답자의 비율은 9%로 12월 대비 12%p 하락하면서 작년 말 빠르게 낮아진 금리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는 역캐리 상황이 2023년에 이어 나타나고 있는 만큼 현재는 보수적으로 대응한 이후 역캐리에 대한 부담이 해소된 이후 자금을 집행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