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장 공백 불가피

2024-01-08 11:09:52 게재

김진욱 처장 임기 20일 종료되는데 추천위, 최종 후보 선정작업 난항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수사 등 차질 우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김진욱 초대 처장의 임기가 10여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차기 처장 후보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는 탓이다.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등 공수처가 진행 중인 주요 사건 수사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0일 6차 회의를 열고 대통령에게 추천할 공수처장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논의를 한다.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가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후보추천위는 지난해 11월초 구성된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5차례나 회의를 가졌지만 아직까지 최종 후보 2명을 확정하지 못했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 심사 대상에 오른 인사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서민석 법무법인 해광 변호사, 오동운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 한상규 아주대 법학대학원 교수, 이 혁 법무법인 리앤리 변호사, 법무법인 동인 이천세, 이태한 변호사, 최창석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등 8명이다. 이 가운데 오 변호사가 여권측 위원들의 지지를 받아 최종 후보 2명 중 1명으로 선정됐을 뿐이다.

나머지 1명의 후보로는 역시 여권측 위원들이 밀고 있는 김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떠올랐으나 야권 위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추천한 2명의 인사 등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5명 이상이 찬성해야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

김 부위원장은 판사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강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변호사로 활동할 때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찰수사권 축소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지난 대선 때에는 윤 대통령 지지모임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자신의 저서에서 공수처를 '괴물기관'이라 비판한 적도 있다. 이처럼 정치색이 강하다보니 김 부위원장은 그동안 후보추천위에서 가장 많은 찬성표를 얻고도 5표를 넘지 못해 최종 후보로 선정되지 못했다.

다만 법원행정처장이 교체되는 것이 변수다. 지난달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신임 법원행정처장에 천대엽 대법관을 임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에서 임명된 현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김 부위원장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천 처장의 임기는 15일부터 시작된다.

후보추천위가 조만간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해도 당분간 공수처 수장 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등 기본 절차에 적어도 1달 가량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처장의 임기는 이달 20일까지다. 후임자가 없으면 여운국 차장이 처장 직무대행을 맡는데 여 차장의 임기도 28일 끝난다. 이에 따라 공수처 인사위원 중 최장기간 재직한 김선규 수사1부장이 당분간 처장과 차장을 동시에 대행할 공산이 커졌다.

지휘부 공백이 길어지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 등 공수처의 주요 수사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과 관련해 5차례나 출석에 응하지 않았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해 지난달초 소환조사를 벌였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사건 처리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을 청구하는 등 중요 결정단계에서는 다소 지장이 있을 수 있지만 일상적인 수사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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