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부결시 후폭풍 우려 … '추가 자구안' 꺼내

2024-01-08 10:53:21 게재

에코비트 몰취 위험, SBS 대주주 자격 논란까지 악재 우려

'꼬리 자르기' 쉽지 않아 … 정부 압박에 일단 한발 물러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자구안을 놓고 채권단과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였던 태영그룹이 일단 고개를 숙였다. 채권단에 제출한 기존 자구안의 이행과 함께 결국 추가 자구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발언하는 최상목 부총리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추가 자구안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동의를 위해 전체 채권단을 설득할 수준의 규모와 진정성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당국과 산은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추가 자구안 제출을 위한 내부 검토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추가 자구안에는 지주사인 TY홀딩스와 SBS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지원 방안이 담길 것인지와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등이 포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태영그룹이 SBS 지분 매각 대신 TY홀딩스 지분을 활용해 태영건설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채권단 입장임을 전제로 언급한 바 있다.

태영그룹이 주말 동안 입장을 변경한 이면에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부결될 경우 그룹 차원에서 겪게 될 후폭풍이 크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지주사인 TY홀딩스를 지키기 위해 채권단과의 약속을 어기면서까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890억원을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 연대보증채무 해소에 사용했다. 하지만 TY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보증 채무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채권단의 지원 없이는 TY홀딩스마저 위태롭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태영건설에 대한 연대보증으로 TY홀딩스의 재무위험이 커지면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를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KKR에 넘겨줘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TY홀딩스는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KKR로부터 4000억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주주간 계약서에는 TY홀딩스의 부채 총액이 1300억원이 넘는 등 재무위험이 현실화되면 에코비트 지분을 몰취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방송사인 SBS를 지키기 위해 SBS 지분 매각에는 선을 그었지만, 그게 오히려 대주주 자격 논란으로 번졌다. 태영건설이 결국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등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태영그룹에 대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태를 악화시킨 태영그룹이 SBS의 대주주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KBS 2TV와 SBS, MBC UHD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한 재허가 의결을 논의했지만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연기했다. 재허가 의결 시점에 SBS에 대한 대주주 자격 요건이 중요 안건으로 부각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영건설을 법정관리로 보내서 그룹 차원의 '꼬리 자르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태영그룹에서도 알게 됐다"며 "이제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주 후반부터 태영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4일 이복현 금감원장에 이어 7일 대통령실까지 '태영그룹의 자구노력 이행'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태영건설이 자구노력을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어 지원이 어렵다며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을 제기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경영책임은 경영자가 져야 하는 것"이라며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고 태영의 자구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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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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