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의뢰 전 정부 수사 잇단 '제동'

2024-01-09 11:21:14 게재

'통계조작 의혹' 윤성원 전 차관 등 영장 기각

"증거인멸 우려 없어" … 윗선수사 차질 전망

'태양광 비리 의혹' 산업부 과장 2명도 기각

감사원 의뢰로 시작된 전 정부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최근 법원에서 연이어 제동이 걸렸다. 문재인정부를 겨냥해 벌이고 있는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윤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주거와 직업, 가족관계가 일정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한 점 등으로 미뤄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에서 관련자 진술 등 다량의 증거를 확보했고, 참고인에게 회유와 압력을 행사해 진술을 왜곡할 구체적인 사정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문재인정부에서 각각 국토부 1차관과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등으로 근무하면서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3시간 가량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부동산 상황을 체크하기 위한 것일 뿐 통계조작을 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수사는 감사원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9월 문재인정부 통계조작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을 포함해 문재인정부 인사 22명을 수사의뢰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까지 청와대와 국토부가 최소 94차례 이상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날 공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통계법상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하기 전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위법이다.

감사원은 이같은 유출이 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후임 정책실장 재임 때까지 지속됐다고 봤다.

감사원의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지난해 10월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 국토부 등을 압수수색하고 지난달 22일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실무진을 구속한 후 장 전 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윗선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려던 검찰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이 총선을 앞두고 전 정권에 대한 표적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에 앞서 서울북부지법 곽태현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4일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건설과정에서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직권남용·알선수재 등)로 청구된 전 산업부 과장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곽 판사는 사안의 중대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와 수사 경과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태양광발전업체 운영자인 이 모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2018년 12월~2019년 1월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건설과정에서 이씨의 업체에 유리하도록 토지 용도변경 유권해석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 역시 감사원 의뢰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문재인정부에서 추진된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전 산업부 과장 2명을 비롯한 13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바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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