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의자 없는 지하철' 도입한다

2024-01-09 11:57:45 게재

출근시간대 4호선에서 시범운행

혼잡율 40% 완화, 안전시설 보강

서울시가 의자 없는 지하철을 도입한다. 열차 대수를 늘리고 운행 수를 늘리는 데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투입한 의자 없는 지하철 도입으로 혼잡도를 줄이고 출근길 시민들의 고단함을 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교통공사는 10일부터 4호선에서 전동차 객실에 의자가 없는 열차 운행을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출근시간에 한하며 우선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오전 6시 45분 출발, 9시 57분에 창동 차량기지로 되돌아오는 1편성을 운행한다.

의자 없는 지하철은 1개 칸 객실 내의 일반석 의자를 제거한 형태다. 7인석을 모두 없앴다. 단 노약자석 일부는 남겨 둔다.

시범사업 대상으로 4호선을 선택한 것은 1~8호선 가운데 출근시간 혼잡도가 가장 높은 노선이기 때문이다. 4호선은 2023년 3분기 기준 최고 혼잡도가 193.4%에 달한다. 의자를 없앤 뒤 혼잡도 개선 효과를 검증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혼잡도는 객차당 수용가능한 인원을 100으로 잡아 계산한다.

공사에 따르면 객실 의자없는 지하철은 개별 칸을 기준으로 혼잡도를 최대 40%까지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칸당 탑승공간 12.6㎡가 추가로 확보돼 승객 편의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의자 없는 지하철을 도입, 오는 10일부터 운행한다. 출근시간에 한해 1~8호선 중 혼잡도가 가장 높은 4호선에 1편성을 운영할 예정이다. 공사는 출근길 혼잡도가 40% 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제공


당초 공사가 의자없는 지하철을 구상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안전 문제가 지적됐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에 불편할 수 있고 자칫 안전사고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사는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의자 제거로 인해 가장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는 '넘어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지대 손잡이 시트 등 안전장치를 보완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시민들에게 의자없는 지하철을 홍보하고 이용법을 안내하기 위해 시범운행 기간 자동 혹은 기관사 육성으로 방송도 수시로 내보내기로 했다.

◆효과 입증되면 전 노선으로 확대 가능 = 의자 없는 지하철이 관심을 끄는 것은 혼잡도 완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지하철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객차 수 혹은 열차 운행횟수를 늘려 수송 가능한 총량을 늘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새 열차를 도입하는데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며 설령 재정이 충분해도 시험 운행 등에 수년씩 시간이 소요된다.

돈이 있다고 열차를 한없이 늘릴 수도 없다. 열차와 열차 사이 최소 운행 간격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열차 운행 간격을 아무리 줄여도 2분 30초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자 없는 지하철은 이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혼잡도 개선 방안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열차 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닌 기존 시설을 덜어내 공간을 확보하는 저렴한 방법으로 혼잡도를 완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방식이 혼잡도 개선에 의미있는 효과를 가져올 경우 전 노선에 적용이 가능하다. 이번에 만든 4호선 의자없는 객차는 새로 제작한 것이 아닌 기존 객차에서 의자만 떼어내 개량한 열차다. 열차 한칸 개량에 들어간 예산은 약 8400만원. 객차 수가 늘어나면 제작 단가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 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출퇴근 시간대 증회 운행을 비롯해 주요역에 안전도우미를 배치하는 등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혼잡도 개선 효과가 검증되면 확대 시행을 검토해 시민들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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