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서울백병원 사태 막는다

2024-01-10 10:33:48 게재

서울시, 도심 의료공백 예방

백병원 자리 의료관광센터로

서울시가 도심 병원부지들을 도시계획상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2의 백병원 사태로 도심 내 의료공백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10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시는 중구와 종로구 등에 위치한 도심 내 대형 병원 부지들을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도시계획상 종합의료시설로 지정되면 설사 병원이 팔리더라도 해당 부지는 의료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 도심 내 대형병원 부지는 높은 토지 가치로 인해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시는 대형 병원의 경우 지역의 의료 공공성 확보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가 특히 그렇다. 코로나19 당시에도 위중한 감염병 환자들이 음압병실을 갖춘 병원을 찾아 이곳 저곳을 돌며 고통을 겪곤 했다.

하지만 대형 병원들의 반발이 변수다. 특히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들의 경우 사유재산 침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 안팎에서는 이를 대비해 만약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더라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서울 중구가 인제대 백병원 부지에 대해 발표한 도시계획안에도 이 같은 고민이 담겼다. 중구는 이날 발표한 계획안에서 서울백병원 부지를 종합병원을 지을 수 있는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되 일부는 근린생활시설로 지정해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특정 부지에 지을 수 있는 시설을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지정하는데 이 경우 부지를 매입한 측은 해당 용도에 따라 부지를 활용해야 한다. 개발업자가 투기 용도로 땅을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구 관계자는 "서울 도심 지역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외국인 의료 관광에 특화된 센터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부지 매입자는 병원 운영에선 적자를 볼 수 있지만 성형외과 피부과 등 전문 진료과목을 운영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한편 서울백병원은 지난해 8월 누적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폐원을 결정했고 지역사회와 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 의료 기능 유지를 위해 백병원 부지에 건물을 지을 경우 용적률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