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재건에 팔 온건파와 협력해야"

2024-01-10 10:37:17 게재

블링컨 미 국무장관 이스라엘에 촉구 … 이스라엘, 회의록 비공개 '불협화음'

가자지구 확전 방지 등을 위해 중동을 순방하고 있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팔레스타인 통치 능력을 평가절하하지 말고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블링컨은 이스라엘 관리들과 만나 확전 방지를 논의했으며, 가자지구 북부 피란민 복귀를 위한 유엔 주도의 상황 평가 진행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저녁 예루살렘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주민들을 평화롭게 살도록 이끌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후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온건한 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 협력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지도자들이 부패하고 무능하며 자국에 적대적이라는 이유로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반해 미국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서 자치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는데 이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블링컨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 이스라엘 카츠 신임 외무장관 및 전시내각 각료들과 잇따라 면담하면서 분쟁의 역내 확산을 피하기 위한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가자지구 북부 주민을 귀가시키기 위한 유엔 주도의 상황 평가에도 이스라엘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가자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전투가 저강도로 전환되고 병력을 줄임에 따라 우리는 유엔의 평가 임무 수행에 합의했다"며 "이를 통해 피란길에 오른 팔레스타인 주민이 안전하게 귀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 밖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정책에 반대한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희생, 특히 아동의 희생이 너무 크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전체 인구의 1%에 해당하는 팔레스타인인 2만 3000여명(여성과 어린이 약 3분의 2)이 사망하고 5만 8000여명이 부상했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민간인 추가 희생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 총리실이 네타냐후 총리와 블링컨 장관의 면담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지난 3차례의 방문과는 다른 대응으로 네타냐후 총리와 블링컨 장관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다는 징후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채널12 방송도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블링컨 장관의 면담이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며 전쟁에 대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시각차가 커지면서 미국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이 작년 10월 7일에 벌어진 참사를 다시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하마스 소탕 작전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것에 대해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평화 노력을 방해한다. 가치 없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4번째로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그는 이스라엘 방문에 앞서 지난 6일부터 튀르키예, 그리스,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확전 방지를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스라엘 방문을 마친 뒤 10일에는 요르단강 서안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날 예정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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