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증시 전망 | ④펀드시장 활성화

ETF 성장 지속 … TDF 등 연금 핵심 상품으로 부각

2024-01-10 11:28:48 게재

역풍에 주춤했던 ESG 펀드, 다시 성장세 복귀 전망

판매사 책임 강화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 기대

업계,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장거래 실효성에는 '의문'

작년 한해 54% 이상 증가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는 테마형과 액티브 등 다양한 상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폴트 옵션의 본격적 시행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연금 관련 상품 또한 펀드시장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보수진영의 역풍으로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ESG 펀드는 여러 제도도입과 양질의 정보 공급으로 다시 성장세로 복귀가 기대된다.


매년 쪼그라들고 있는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가 3일 발표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 중 판매보수 인하 등 판매회사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겠다는 점은 기대되지만 펀드를 주식처럼 사고팔게 하는 상장거래방식은 오히려 단타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 펀드 설정액 전년대비 14% 증가 =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내 펀드시장 전체 설정액은 총 971조원으로 전년보다 113조원(14%) 증가했다.

유형별로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과 특별자산형 펀드는 각각 169조5020억원, 147조7769억원으로 전년보다 7.7%, 8.3% 늘었다. 성장률은 예년보다 대폭 둔화됐다. 국내외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황 여파 때문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펀드, 특별자산 펀드 등 대체투자 영역의 성장률이 지난 해 대비 둔화되며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해외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 우려와 미국 지역은행의 유동성 우려 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성장이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 상승세로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로는 자금이 크게 유입됐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110조8105억원으로 전년보다 21.2% 늘었다. 채권형 또한 138조2479억원으로 전년대비 18.5% 증가했다.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 간담회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이 중 국내 ETF는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업종섹터, 채권, 금리 등 다양한 상품유형의 ETF에 자금 유입이 계속되면서 ETF 순자산총액은 120조원을 돌파하며 전년대비 54.2%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 기조 유지에 따라 저비용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금리형 ETF에 신규 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됐다.

신규상장 종목 또한 160종목으로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작년 말 전체 상장종목 수는 812종목에 달한다.

올해도 다양한 투자 테마형 ETF, 액티브 ETF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광영 연구원은 "올해에도 다양한 ETF가 소개되며 ETF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다양한 ETF 관련 제도적 지원이 가시화 된다면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폴트 옵션의 본격적 시행으로 연금 관련 상품은 점점 더 펀드시장의 핵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장전문가들은 연금 저축 상품의 핵심 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는 TDF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작년 11월 말 기준 20개 운용사에서 171개가 출시되어 운용 중인 TDF 상품의 설정액은 9조원, 순자산가치는 11조6000억원까지 성장했다.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과 일정 조건하에서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손익차등형 펀드 등도 지속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연구원은 "투자자의 신뢰 회복을 위한 상품들이 펀드 시장의 성장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펀드시장 큰 화두 ESG = ESG(≒책임투자≒지속가능성 투자≒SRI) 펀드는 글로벌 펀드시장에서 여전히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지난해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의 반 ESG 운동이 격화하면서 ESG 역풍이 불었다. 하지만 올해는 ESG를 둘러싼 여러 제도 도입과 변화 등으로 글로벌 ESG 펀드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ESG 펀드 시장에서도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유럽연합은 ESG 공시 및 인증 규제에 들어갔고, 그 범위를 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까지 실사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등 주요국과 국제기구가 ESG 정보 공시규제 및 기준 마련을 구체화하면서 향후 ESG 관련 양질의 정보가 시장에 많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 제도가 시행된다면 ESG 관련 양질의 정보가 많이 공급되면서 ESG 투자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쪼그라든 공모펀드 … 세제혜택 필요 = 한편 국내 펀드시장에서 지난해 단기금융상품(MMF)과 ETF 제외한 공모펀드는 100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줄었다. 매년 전체 펀드설정액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반해 공모펀드는 2010년 대비 21.2%나 감소하는 등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연초부터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을 내놨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에는 △공모펀드 판매사가 직접 판매보수 가져가도록 외부화 △(장외)공모펀드의 상장거래 추진△혁신적인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은 비슷한 상품 상장을 6개월 제한하는 신상품보호제도 도입 △ ETF의 상장 재간접 리츠 및 부동산·리츠 재간접 ETF 투자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공모 펀드를 판매 수수료·판매 보수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면서 주식처럼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공모 펀드가 상장되면 스마트폰의 모바일 거래 시스템(MTS)을 통해 주식이나 ETF를 거래하는 것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특히 공모펀드 부진이 매매를 자주 못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내 펀드의 경우, 환매 이후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2~3일이 걸리기 때문에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공모펀드 상장 보다 더 본질적 개선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랜기간 강력하게 요구해온 세제혜택이 빠지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공모펀드는 주식·채권 등 자산을 직접 거래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금융상품보다 세제 이점이 덜해 불만이 이어져왔다. 매매차익은 비과세인 개별 주식·채권 투자 달리(채권은 이자소득만 과세) 펀드는 배당소득세로 이자소득과 자본차익에 모두 과세된다.

서유석 금유투자협회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기투자 세제지원, 장기투자 비과세 펀드 등의 정책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정부에 적극 건의토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