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자 선정 또 무산

2024-01-11 11:12:05 게재

지휘부 공백사태 불가피 … '1호 기소' 김형준 2심도 무죄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선정 절차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지휘부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은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돼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단 한 건의 유죄판결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퇴임하게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차기 공수처장 후보자 선정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위원들은 당연직 위원인 법원행정처장이 오는 15일 교체되는 만큼 이후 다시 회의를 열어 투표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는 다음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약 1시간 만에 종료됐다.

추천위는 지난해 11월 8일 첫 회의 이후 이날까지 6차례나 회의를 열었지만 8명의 후보군 중 누구를 대통령에게 추천할지 확정하지 못했다. 오동운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가 일찌감치 최종 후보 2명 중 1명으로 선정됐으나 나머지 1명을 놓고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어서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여야 추천위원 각 2명씩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5명 이상 찬성해야 최종 후보로 선정된다.

그동안 여당측 위원들이 지지하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가장 많은 찬성표를 얻었지만 5표를 넘지 못해 최종 후보로는 선정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선정 절차기 늦어지면서 당분간 공수처장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추천위가 2명의 후보를 확정해도 대통령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김 처장의 임기는 20일까지다. 김 처장을 대행할 여운국 공수처 차장의 임기도 28일이면 끝난다. 이에 따라 공수처 인사위원 중 최장기간 재직한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과 차장을 동시에 대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사건 처리 등과 관련해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어려운 구조다.

그렇지 않아도 공수처는 출범 3년이 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 5-1부(구광현 부장판사)는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박 모 변호사에게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 출범 후 처음으로 직접 기소권을 행사한 사건이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공수처가 그동안 직접 기소한 사건은 이 사건을 포함해 모두 3건으로 아직까지 한 건도 유죄 판결을 받아내지 못했다. 앞서 공문서 위조 혐의로 공수처가 기소한 윤 모 전 부산지검 검사는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고,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긴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1심 선고는 김 처장 퇴임 후인 오는 31일로 예정돼있다.

공수처 출범 후 5차례 청구한 구속영장도 모두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한편 김남준 변호사(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는 10일 국회 토론회에서 "현재 공수처법이 공수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권한, 규모와 조직, 인적 구성을 갖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며 공수처의 수사·기소 범위 확대 등을 위한 공수처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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