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법무부 보도자료에 없는 사실

2024-01-12 11:12:15 게재
5일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쌍특검법안'을 국회에 재의요구하기로 의결하자 법무부는 즉각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재의요구하는 사유가 담겼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하고도 김 여사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못한 사건이라는 것. 권력형 부정부패라 할 수 없어 특별검사를 도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법무부는 또 특검법에서는 여당 추천권을 배제해 정치편향적인 특검이 임명될 수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라고 했다. 게다가 국회의원 선거일이 수사기간에 포함돼 있고, 수사과정에 대한 무제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어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선거의 공정한 관리 책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재의요구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 보도자료에는 몇가지 중요한 사실이 빠졌다. 우선 야당이 특검법 추진을 본격화한 것은 총선이 1년도 더 남은 지난해 초부터였다는 점이다. 당시 여당이 야당과 협의해 처리했다면 굳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선거 코앞에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일도, 선거 영향을 염려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김 여사의 혐의가 없다면 특검을 통해 진즉 결백이 입증됐을 터지만 정부여당은 그러지 않았다.

법무부는 또 언론브리핑을 문제삼았지만 '최순실 특검법' 등 과거 특검에서도 동일한 조항이 있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여당의 특검 추천권 배제 조항도 마찬가지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특검'이나 최순실 특검에서도 당시 여당에겐 추천권이 없었다. 이해충돌 때문인데 법무부 자료에선 이같은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경찰 내사 단계에서 묻혔던 이 사건은 민주당의 고발이 있고 나서야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뒤늦게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기소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재판과정에서는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사용되는 등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유독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답보를 면치 못했다. 김 여사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면 될 일인데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않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런 사실은 빼놓은 채 자료를 냈다.

법무부는 권력형 부패 사건이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권력 눈치를 보느라 수사가 미진했던 것 아닌지 의심한다.

사실 여당은 그동안 특검에 반대하며 법무부 자료와 같은 주장을 반복해왔다. 그럼에도 왜 국민 다수가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반대하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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