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월 소비자물가 전년대비 3.4%↑… 예상치 상회

2024-01-12 11:13:14 게재

주거비 증가 물가 발목 잡아

금리인하 시기 지연 가능성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3%대 중반 수준으로 다시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변화를 시차를 두고 반영하는 주거비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세 정체에 주된 요인이 됐다. 이번 결과로 금리인하 시기가 시장의 기대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월 소비자물가 반등은 이미 예상됐지만 그 폭이 예상치를 상회하며 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믈 금리가 장중 약 9bp(bp=0.01%p) 급등하다 다시 상승 폭을 되돌리고, 증시 또한 약세에서 다시 상승하는 등 혼조세를 나타냈다.

◆월간 상승률 작년 9월 이후 가장 커 =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1%) 대비 오른 수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2%)도 웃돌았다. 12월 CPI의 월간 상승률은 작년 9월 이후 약 석 달 만에 가장 컸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전문가 예상치(0.2%)를 역시 상회했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를 고점으로 기록한 뒤 둔화 추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6월엔 3.0%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유가 변화 여파로 3%대 중반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11월 상승률과 같았지만, 전문가 예상치(0.2%)를 역시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9% 올라 전문가 예상치(3.8%)를 웃돌았다. 다만, 작년 11월(4.0%)과 비교해선 상승률이 하락해 둔화 추세를 지속했다.

노동부는 주거비가 전월 대비 0.5% 올라 상승세가 지속되며 12월 CPI 상승분의 절반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는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해 CPI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가격도 전월 대비 0.4% 올라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특히 전기료가 전월대비 1.3% 상승한 게 영향이 컸다. 상품 물가는 대체로 전월대비 하락 흐름 이어가고 있으나 하락세가 가파르지 않고,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도 확연히 약해지진 않고 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표에서도 물가 둔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연준 입장에서 보면, 물가 둔화 흐름은 유효하지만(=추가 인상 필요성 약화), 그 속도는 더딘 상황(=인하 급하지 않음). 고용과 더불어 이번 물가 지표 또한 연준이 당분간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 금리인하 의구심 확산 = CPI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높아졌고, 예상보다 물가 둔화가 더디다는 평가와 함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다만, CPI 발표 이후 장중 상승했던 미 국채금리와 달러가 하락 전환으로 마감했다는 점은 조기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CPI보다 더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11월까지 2.6%로 둔화세를 지속한 점 또한 조기 인하 기대감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PCE 가격지수는 소비자 행태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CPI보다 더 정확한 인플레이션 정보를 제공한다고 연준은 여긴다. 또한 주거비 비중의 가중치가 CPI보다 상대적으로 작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CPI 발표 후에도 올해 3월 또는 5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을 거의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2월 미국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3.9%로 전월(4.0%)에 이어 점진적이지만 둔화되고 있다"며 "주거비가 12월에는 높게 나왔지만 1년 선행하는 질로우 임대료 지수의 흐름을 고려할 때 시차를 두고 둔화될 여지가 높은 만큼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방향은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드라인 CPI 상승률이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비용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근원물가의 둔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금리 인하 시기와 그 폭이다. 이를 둘러싼 연준과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간극을 줄이는 과정이 아직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물가의 둔화 속도와 실물 경제 지표의 결과에 따라 미국 금리 인하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가격변수의 등락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돈 가운데 보합권에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12월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기대는 유효하다는 판단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29포인트(0.04%) 오른 3만7711.02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보다 3.21포인트(0.07%) 떨어진 4780.24로, 나스닥지수는 전일대비 0.54포인트(0.00%) 오른 1만4970.18로 장을 마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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