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사태, 서울 청년주거에 영향?

2024-01-15 10:53:00 게재

성동·중랑·구로에서 청년주택 공사 중

세대수 3739호·총면적 1만9500㎡ 규모

서울시 "업체 요청 있으면 선매입 검토"

태영건설 사태가 서울 청년주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워크아웃이 확정돼 고비는 넘겼지만 추가 채무 등 유동성 위기가 여전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내일신문 취재 결과 태영건설이 맡고 있는 사업장 가운데 청년주택이 4곳이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곳 모두 서울에 위치해 있다. 만에 하나 태영 사태가 악화돼 사업이 멈출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서울 청년주거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청년주택도 다른 건설사업과 마찬가지로 사업비 80~90%가 대출로 이뤄진다. 자기 자본이 10%만 있으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이른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위험성이 여기에 있다.

태영이 짓고 있는 청년주택 규모도 만만치 않다. 태영은 성동구 용답동 231에 지하 5층~지상 47층, 1403세대 규모의 청년안심주택을 짓는 중이다. 오는 2025년 12월 준공이 예정돼 있다.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공사장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 등이 태영건설 측에 임금체불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중랑구 상봉동과 묵동에서도 각각 지상 25층(782세대), 지상 29층(927세대)짜리 청년안심주택을 짓고 있다. 상봉동은 올해 11월, 묵동은 내년 11월로 준공일이 잡혀 있다. 이밖에 구로구 개봉동에도 627세대·지상 24층 규모의 청년주택을 공사 중이다. 4곳 청년주택의 총 세대 수는 3739호이며 총 면적은 1만9523㎡에 달한다.

◆골조 올라가고 있다지만 … = 태영과 건설업계에선 4곳 사업장 모두 골조가 올라간 상태여서 큰 위험은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사가 많이 진척된 만큼 이제와서 사업이 고꾸라질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영건설은 워크아웃확정 뒤 실사를 앞두고 있다. PF 구조조정에 따른 우발채무, 공사 미수금 등에 대한 회계처리와 자금경색 부담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해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태영의 PF 리스크가 높다는 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근거로 꼽힌다.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지면 금융채무는 유예되지만 인건비 공사비 등 상거래채무는 유지된다. 태영의 해당 채무는 약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사 과정에서 추가 채무가 다량 발견되면 워크아웃이 중단될 위험도 존재한다.

또다른 어려움은 수주한 공사의 준공일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구리(13·14공구) 구간 예정 준공일이 올해 11월로 늦춰졌다. 태영건설이 설계 자재 구매 시공을 맡은 해당 구간은 지난 2016년 착공했으며 기존 준공일은 지난해 12월 20일이었다. 레미콘 등 원자재 수급 문제와 이로 인한 공사비 인상 등이 주요 원인이다. 준공일 연장은 공사 원가를 상승시켜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준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태영측은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장 중 분양이 완료된 사업장이나 비주택 사업장은 당초 일정대로 공사가 진핼??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분양 진행 중인 주택 사업장은 분양율을 높여 사업장을 조기에 안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선 태영 외에 다른 건설사 특히 중소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한 서울 청년주택 사업에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는 인가를 마쳤거나 이제 막 착공한 청년안심주택 사업장 92곳이 있다. 공사비 인상, 이로 인한 사업성 약화 등 부담은 모든 건설 사업장이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와 함께 벌이고 있는 청년안심주택 사업 현장을 각별히 관리할 것"이라며 "태영이 담당한 사업장은 규모, 공사 진척도 등을 감안할 때 업체 요청이 있을 경우 서울시가 SH를 통해 선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김성배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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