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충당금에 증권 실적 악화 … 미래에셋·키움 적자전환

2024-01-17 10:57:32 게재

해외투자 손실 … 부동산 PF 부실

거래대금 감소로 수수료수익 감소

금리하락에 채권운용수익 소폭 ↑

해외 투자자산 손실과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보다 큰 해외 부동산 손실이 추정되는 미래에셋증권과 영풍제지 관련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키움증권의 경우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증권사들 또한 해외 대체투자 평가손실과 PF 관련 충당금, 일평균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예상보다 큰 해외부동산 손실 =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1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IBK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이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손실 1041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이유로는 △ 지속적인 해외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해외 부동산 손상차손 인식 △ 연말 비시가성자산의 재평가로 인한 연결손익 부진 △ 태영건설 관련한 충당금 발생 등을 꼽았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에 대한 미래에셋증권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700억원으로 직간접 대출의 비중은 반반이며 4분기 500억원 수준의 충당금 적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4분기 지배주주순손실 1034억원으로 적자를 시현할 것이라 내다봤다. KB증권 역시 미래에셋증권이 보유 중인 해외부동산펀드 등 투자자산 관련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과 비시가성자산 재평가 결과가 반영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일평균거래대금 감소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28.7%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770억원 순손실을 전망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이 프랑스 부동산 관련 손실을 약 400억원 추가 반영하고, 이외에 투자목적자산도 손실 인식하며 적자 전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영풍제지 미수금 4333억원 = 키움증권의 경우 영풍제지 미수금 관련 손실금액 4333억원이 반영되면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4분기 키움증권이 3214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풍제지 미수금과 함께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으로 보유 중인 젠투파트너스 운용 펀드 중 환매 중단된 2606억원에 대해서도 500억원 손실을 인식한다는 가정이 들어가 있다"며 "2가지 일회성 비용에 따라 기타영업 손실금액은 5169억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순수수료수익은 114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9% 감소가 예상된다. 백 연구원은 "3분기에 2차전지 위주로 약정대금이 크게 증가했던 것이 4분기에는 기저효과로 작용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키움증권의 4분기 지배주주순손실을 1847억원으로 전망했다. 강승건 연구원은 "영풍제지 미수금 관련 비용 4333억원 반영과 보유 투자자산 손상 약 300억원이 반영될 것"이라며 "일평균거래대금 감소 영향과 신용공여 관리 강화에 따라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은 전분기 대비 15.5%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타사 대비 양호한 실적 = 금융투자업계는 NH투자증권은 타사 대비 양호한 실적을 전망했다. 타사 대비 국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적어 올해 실적에 대한 부담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IBK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의 지난해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을 862억원으로 전망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타사 대비 적은 충당금 적립액과 높은 4분기 금리 하락으로 인해 개선된 처분 및 평가손익 등 높은 트레이딩 손익 개선세에 덕분"이라며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23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일부는 셀다운이 이루어 질 것으로 판단되어 관련 우려는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 규모가 75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도율(PD)을 포함한 각종 추가 충당금이 발생함에 따라 기타 순영업수익이 508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254억원 악화되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브로커리지 순수익은 834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2% 감소할 전망이다. 국내주식 시장 거래대금이 31%, 해외주식 시장 거래대금이 11% 감소한 점을 감안했다. IB 관련 수수료수익은 492억원으로 전분기대비 7% 증가할 전망이다. 채무보증 수익 정체에도 불구하고, 인수 및 주선 수수료가 IPO와 유상증자 딜을 중심으로 전분기대비 60%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운용손익 및 이자수지도 1896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5% 개선될 것이다. 11~12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관련 운용손익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전분기 대비 59% 감소 전망 = 삼성증권의 4분기 실적은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 금액 예상보다 컸고, 부동산 PF 충당금 확대로 3분기 보다 5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금액을 62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는 연말 보수적인 회계 기준을 적용하여 보유중인 해외부동산펀드 및 부동산PF 관련 비용 약 500억원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승건 연구원은 "4분기 약정점유율 하락과 해외주식수수료 감소로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전분기 대비 24.9% 감소하고 구조화금융 관련 거래 축소로 IB 관련 이익 역시 27.1% 감소할 것"이라며 "채권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채권평가이익은 증가하겠지만 손상 및 충당금 반영으로 트레이딩 손익은 6.3% 감소, 대손 및 기타손익은 전분기보다 334억원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증권의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을 473억원으로 예상했다.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선제적인 평가손실 반영이 예상보다 확대됐고, 태영건설 등 부동산 PF 전반에 대한 충당금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순수탁수수료는 92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0% 감소할 전망이다. ETF를 제외한 국내주식 시장 거래대금이 동기간 29% 감소한 점에 주로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품운용손익 내에서는 11월 이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운용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회성 손실 반영에도 불구하고, 타사 대비 국내 부동산 PF나 해외 부동산에 대한 노출도가 적기 때문에 안정적인 손익 기조는 이어지고 있는 점이 프리미엄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태영건설 익스포저 1350억원 수준 = IBK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의 태영건설 익스포저가 1350억원 수준이라며 관련 비용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 한국금융지주의 지배주주순이익은 751억원으로 예상했다. 부동산 관련 충당금 및 손상차손을 1300억원 수준을 가정해 반영한 것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지만 계절적 요인에 따라 전분기 대비는 일평균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28.2% 감소가 전망된다. IB 및 기타 수수료수익은 전통IB와 부동산PF 모두 축소되며 전분기 대비 17.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로커리지 관련 이자수익은 신용공여 잔고 및 고객예탁금이 감소함에 따라 전분기 대비 12.1%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 트레이딩 및 기타손익은 금리가 하락하며 양호한 처분이익을 기록했으나 부동산 관련 충당금 반영으로 전분기 대비 50.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을 521억원으로 전분기대비 75.4%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유 해외부동산펀드 손상차손 및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약 2000억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강승건 연구원은 "해외부동산 펀드 손상차손 반영 때문에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은 전분기대비 58.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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