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본격수사

2024-01-18 11:07:41 게재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압수수색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 모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착수 넉달여 만에 강제수사에 나섰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지난 16~17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사무실과 자택,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8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김동혁 검찰단장과 유 관리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한 이후 이뤄진 첫 강제수사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했으나 국방부 감찰단이 이를 회수하자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고 공수처에 고발했다.

유 관리관은 박 전 단장에게 직접 수차례 압력을 행사한 당사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 전 단장은 유 관리관으로부터 5차례 연락을 받고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전 보좌관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 지휘책임 관련자는 징계를 검토해 달라"는 등 수사를 축소하거나 경찰 이첩을 미루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지목돼왔다.

국방부는 수사 의뢰 대상자를 축소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박 전 단장은 수사 외압으로 느꼈다고 했다.

고발을 접수한 공수처는 지난해 9월 박 전 단장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해병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공수처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유 관리관 등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해병대 1사단 소속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집중 호우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당시 해병대 병사들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없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나 군 지휘부가 무리한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는 과정에서 박 전 단장과 국방부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수사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박 전 단장은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는 등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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