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장관·청와대 인사 줄줄이 수사

2024-01-19 11:11:04 게재

무죄 '경쟁후보 매수' 혐의도 재수사

통계조작 의혹 수사 '윗선'으로

"총선 앞두고 전 정부 전방위 수사" 에서 이어짐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송 전 시장이 당내 경선 없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단독 공천받는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당시 송 전 시장의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에게 다른 자리를 제안하면서 경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조 전 장관과 이 전 비서관 등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그러나 검찰은 2020년 1월과 2021년 4월 송 전 시장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당시 울산경찰청장) 등 15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도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기소하지 않았다. 강한 의심이 들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이들을 불기소하자 당시 자유한국당은 재수사를 요구하며 항고를 제기했다.

그동안 사건을 검토해온 서울고검이 이번에 재수사 결정을 내린 데에는 지난해 11월 법원의 판결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29일 1심 판결에서 '하명 수사' 혐의를 인정해 송 전 시장과 황 의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12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경쟁후보 매수' 의혹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한병도 의원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그럼에도 서울고검은 하명수사 의혹 뿐 아니라 경쟁후보 매수 혐의에 대해서도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서울고검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기존 수사기록, 공판기록, 최근 중앙지방법원의 판결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울산경찰청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후보자 매수 혐의 부분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까지 재수사하기로 하면서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임 전 실장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저와 연관지은 부분은 관련자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재기 수사를 결정한 것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도 "(검찰의) 의도가 무엇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며 "끝도 없는 칼질이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주요 통계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전 정부 고위인사로 향하고 있다.

대전지검 형사4부(송봉준 부장검사)는 18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감사원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부동산원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해 최소 94차례 이상 통계 수치를 조작하도록 하는 등 주요 통계를 왜곡했다며 전 청와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22명을 수사의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 국토부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달 초 윤성원 전 국토부 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검찰은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이호승 전 정책실장, 16일에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이상직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 과정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 형사3부(이승학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 모씨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7월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것에 대한 대가로 그가 실소유한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서씨를 채용했다고 보고 이 과정에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이 개입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17일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조사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조현옥 전 인사수석과 임 전 실장 등 당시 청와대 인사라인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 등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야권은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정부의 정치보복이 선거가 다가올수록 도를 넘고 있다"며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총선 등 정치일정에 대한 고려 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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