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 청년·청소년도 안심소득 받는다

2024-01-19 11:07:39 게재

서울시 특정 계층 포함, 대상자 확대

자립준비청년 등 지원에도 활용 가능

가족돌봄청년도 안심소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2024년 안심소득 실험에 참가할 가구 신청을 접수한 결과 총 500가구 모집에 1만917가구가 지원해 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19일 밝혔다. 1차로 1514가구를 선정한 뒤 전문가들의 자격 요건 심의를 거쳐 4월에 최종 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복지 전문가, 학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안심소득 선정위원회가 지급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이번 모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존의 대상자 선정 기준인 소득만을 따지지 않고 특정 계층을 콕 짚어 지원대상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가족돌봄 청년과 청소년, 이른바 청년가장과 청소년 가장들이다. 이들은 가족을 돌보느라 취업 준비나 직장 생활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복지제도에 포함돼도 취업이 되거나 가구 소득이 최소 수준을 넘어서면 지원이 끊긴다.

시가 이들을 지급 대상에 포함한 것은 안심소득을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활용하려는 시도다. 안심소득은 취업으로 소득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게 설계돼 있다. 가구소득이 늘어나도 일정 규모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계속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가구의 총소득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안심소득은 기본적으로는 소득지원 대책이지만 자립과 자활을 돕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며 "취업 후에도 소득 지원이 이어지기 때문에 수당을 받기 위해 구직 활동을 소홀히 하거나 취업 후 지원이 끊어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 취약층 청년 지원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하면 향후 안심소득이 소득보장 실험 외에도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또다른 활용성이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하지만 제도의 빈틈이나 지원기준 상 경계선에 놓여 헤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층이 많다. 예를 들어 자립준비청년은 시설에서 나온 직후엔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5년으로 끝난다. 자립준비청년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시설 퇴소 5년 이후에 급증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갈수록 증가하는 고립청년, 고독사 위험이 높은 중장년 독거가구도 향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존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법·제도를 고쳐야 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안심소득 지급 대상에 특정 계층을 포함하는 방식은 이보다 훨씬 수월하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기존 복지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이들을 소득보장 대상에 포함하면 안심소득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이 교수는 "기존 복지제도는 청년층을 촘촘히 돌보지 못한다"라면서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 등 특수한 사정을 가진 청년과 청소년 나아가 계층에 관계없이 위기 상황에 놓인 가구를 돌보는데 안심소득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한 선정 절차는 안심소득 실험의 주요 과제다. 복지분야 한 관계자는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니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높게 나올 수 밖에 없고 문제는 대상자에서 탈락한 이들의 불만"이라며 "모든 신청자를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철저하게 확보되지 않으면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자치구에선 신청자 모집을 두고 민원이 쇄도하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한다.

앞서 서울시는 2024년 안심소득 시범사업 참여가구 모집을 통해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 150가구와 저소득 위기 350가구를 선정하기 위해 신청을 받았다. 이들은 기존에 선정된 대상자인 1600가구와 함께 향후 3년간 소득보장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소득이 50%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중위소득 85%와 가구 총 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일정 기간 지급하는 소득보장 정책이다. 가구 자산이 3억2600만원을 넘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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